사회 전국

'오월의 별'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 마지막길 떠났다

뉴시스

입력 2022.05.31 11:36

수정 2022.05.31 11:36

기사내용 요약
광주 5·18민주광장 영결식, 유족·민주화 동지 300명 참석
"고인의 뜻 받들어 5·18진상 규명 이뤄내겠다" 한 목소리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3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2.05.31.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3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2.05.31.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다정했던 나의 친구, 5·18 사형수 정동년 형. 광주의 진상을 밝히고 민주주의가 꽃피도록 노력한 그대의 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네."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영결식이 31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5·18단체 회원, 5·18기념재단 관계자, 추모객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정 이사장의 넋을 기렸다.

정 이사장의 운구 행렬 입장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민중 의례, 정 이사장이 걸어온 길 낭독, 조사·조시, 추모 노래, 유족 인사,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영결식에 앞서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후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의 년도 낭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결식이 치러졌다.


영결식장은 정 이사장을 애도하는 유족과 민주화 동지들의 울먹임으로 가득 찼다.

마지막 길을 떠나는 정 이사장의 영정 앞에 유족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떨궜다.

참석자들은 정 이사장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며 5·18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박석무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조사에서 "감옥에서 나온 그대는 민주 투사가 돼 광주의 진상을 밝히고 신군부의 내란죄인들을 처벌하기 위한 온갖 투쟁에 앞장서 싸웠다"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오월의 별을 추모했다.

황일봉 5·18 부상자회장도 조사를 통해 "고문 속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은 국민이 힘을 합한 열기에서 비롯됐을 뿐 폭동이 아니다'고 열변하던 이사장님을 기억한다"며 "군부 독재에 의해 사형수라는 멍에가 씌워졌지만, 한 치의 두려움 없이 민주주의의 십자가를 달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우리들은 이사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5·18 진상 규명에 매진하겠다"며 "어려움에 처한 동지들을 번듯한 국가 유공자로 서게 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5·18부상자회원인 박몽구 시인이 조시를 낭독하고, 김원중 가수가 '꽃을 심으리 그대 가슴에'라는 추모곡을 부르며 깊은 조의를 표했다.

이후 유족과 시민들은 제단에 헌화하며 정 이사장의 넋을 기렸다.

영결식 이후 5·18기념재단에서 노제가 열린다. 장례는 이날 오후 2시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에 안장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정 이사장은 지난 29일 오전 10시 광주 남구 자택 인근 모처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향년 79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1일 오전 광주 동구 금호장례식장에서 고(故)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2.05.3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1일 오전 광주 동구 금호장례식장에서 고(故)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조문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2.05.31. leeyj2578@newsis.com


1964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그는 1965년 한일굴욕외교 반대 투쟁을 이끌다 구속·제적당했다. 이후 사회 생활을 하다 1980년 37세 만학도로 복학했으나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따른 예비 검속으로 옥고를 치렀다.

전두환 신군부가 꾸며낸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 휘말려 모진 고문을 당한 뒤 내란 수괴 혐의를 뒤집어썼다. 군사 재판에서 이른바 '광주사태 주동자'로 분류, 사형을 선고받았다.

1982년 12월 성탄절 특별 사면 조치로 석방됐으며, 5·18 진실 규명을 비롯한 사회 운동에 헌신했다.

1988년 국회 광주 청문회에서는 신군부의 고문 수사가 사실이라고 폭로했고, 1994년에는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35명을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고소해 처벌을 이끌어냈다. 1995년 검찰의 5·18 학살 책임자 불기소 처분에는 수사 결과를 검증하며 투쟁을 벌였다.


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 5·18민중항쟁 30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상임행사위원장, 이철규 열사 사인규명대책위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14대 5·18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선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에 힘썼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1일 오전 광주 동구 금호장례식장에서 고(故)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유족이 위패와 영정을 옮기고 있다. 2022.05.3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31일 오전 광주 동구 금호장례식장에서 고(故)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유족이 위패와 영정을 옮기고 있다. 2022.05.31.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