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민선 8기 지역 일꾼을 뽑는 6·1지방선거를 맞아 대전지역 여야가 저마다 “투표하면 이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동상이몽(同床異夢) 속 지지층 결집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20대 대선 후 84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불과 22일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의 ‘정권 안정론’과 ‘지방정부 심판론’,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견제론’과 ‘지방정부 안정론’이 충돌, 대전시민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대전시장 선거전은 당초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가진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분위기였지만 막판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을 띠며 수도권인 경기·인천과 함께 여야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보수 몰락의 위기를 딛고 5년만에 집권에 성공한 국민의힘, 대선 패배 충격을 딛고 지방권력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이 선거 당일까지 지지층을 결집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지인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이끌어 기호 ○번을 찍게 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지난 27~28일 사전투표 결과, 대전 투표율은 19.74%(123만3557명 중 24만3550명)로 집계돼 2018년 지방선거(19.66%)에 비해 0.08%p 올랐다. 하지만 전국 사전투표율(20.62%,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치)에는 0.88%p 밑돌았다.
4년 전 최종 투표율(전국 60.2%)은 대전이 58.0%였는데, 여야가 뒤바뀐 채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60%를 돌파할지 주목된다. 제각각 ‘정권 안정’, ‘정권 견제’ 표심이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여야의 희비는 투표율에 따라 엇갈릴 수 있어서다.
2018년이 탄핵 여파와 남북 평화무드로 인해 확연히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몰락 위기에 내몰렸던 보수 진영이 부활해 집권여당으로 변신한 2022년에는 국민의힘 바람이 불며 지난 대선 못지않은 흥미로운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30일 중앙선대위 대전지역 총괄유세에 참여해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청와대 이전 공약을 취임 첫날부터 실천하고,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렸다”며 “윤석열 정부는 대전시민과의 약속도 지킬 것이고, 이장우 후보는 당선되면 취임 첫날부터 능숙하게 대전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전시민의 투표로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듯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일꾼들에게 기회를 달라. 후회하시지 않도록 분골쇄신(粉骨碎身)의 각오로 대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저도 대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며 집권여당의 힘을 내세웠다.
허태정 후보 재선을 저지해 시정을 교체하려는 이장우 후보는 “얼마 전 우리는 무능한 문재인 정권을 퇴출시켰다. 이제 지방정부를 갈아치울 때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민주당 대전시정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철모 서구청장 후보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당원들과 우리 당 지지자들 각자가 지인들에게 전화해 투표장에 가도록 하고, 기호 2번을 찍으라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투표해야 대전의 미래가 바뀌고, 투표해야 우리가 이긴다. 그래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했다.
최충규 대덕구청장 후보는 “정치에 무관심하면 내가 경멸하는 자에게 지배를 당한다. 대전시민의 양심, 대전시민의 투표가 대전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 정권 교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폭정과 비리를 심판했듯 민주당이 장악한 대전시와 5개 구의 지난 4년간의 실정(失政)을 심판해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에 맞선 민주당은 31일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허태정 후보 온통행복캠프에서 ‘경험이 실력입니다! 투표하면 이깁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공식 선거운동기간 종료 전 마지막 지지 호소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에겐 모두가 비관했던 예상을 뒤집고 승리의 쾌거를 만든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며 이번 선거의 전체적인 판세가 국민의힘에 비해 열세임을 드러내고 “우리는 이 역경을 딛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은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될 수 없다. 중앙권력을 거머쥔` 윤석열 정권이 지방정부까지 독식하면 국정 운영의 균형을 잡을 브레이크가 고장나 대한민국을 낭떠러지로 몰고 갈 것”이라며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식 국정 운영을 바로잡아 달라. 나와 내 가족의 내일을 위해, 대전시민과 국민의 내일을 위해 반드시 기호 1번에 투표해달라”고 발언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 후보는 대전지역 출마자 일동 명의의 지지 호소문을 낭독, “지역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다시 한번 민주당 후보들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지난 4년 대전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지만 아직 이행하지 못한 공약도 있고, 계속 진행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사업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민주당의 승리가 절실하다”고 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 후보는 유능하고 실력있고 자질과 추진력을 검증받은 든든한 지역 일꾼이다. 좋은 후보가 이겨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방정부 권한 확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정당”이라며 “대전을 위해 투표해 달라. 투표하면 이긴다”고 주장했다.
이장우와 허태정, 1965년생 동갑내기 두 정치인의 운명이 걸린 선택의 날이 밝은 가운데, 과연 어느 진영의 지지층이 더 결집할지, 한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대전시장 선거 결과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지방선거 역대 최고 투표율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68.4%로 27년째 깨지지 않고 있고, 대전은 당시 66.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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