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송상현 기자,이비슬 기자 = "여기가 투표소 맞나요?" "운동하러 왔는데 오늘은 선거날이라서 안 된다네요"
6·1 지방선거 투표 당일인 1일 오전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실내훈련장을 찾은 학생들은 아쉬움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야구부 실내훈련장에는 못 보던 테이블이 설치됐고, 기표대 8개가 설치돼 있었다. 한쪽에는 야구공과 배트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주민센터, 중학교뿐 아니라 실내씨름장, 카페, 해물탕집, 데이케어센터, 승용차 판매대리점 등 다양한 장소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시민들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30도에 가까운 무더위에도 투표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섰다.
다만 이날 오전 상당수 투표소는 비교적 한가해 지난 대선보다는 열기가 수그러든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투표율은 40.7%로 같은 시간 64.8%를 기록했던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20%포인트(p) 이상 낮은 수준이다.
◇복지센터, 전통시장, 돼지갈빗집도 오늘 하루는 '투표소'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세심정데이케어센터도 이날 하루는 투표소로 모습을 바꿨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온 어르신들과 부모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은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15분쯤 논현동 투표소를 찾은 이중길씨(80)는 "이 동네에서는 항상 여기에 투표소가 운영된다. 지하 1층에 투표소가 있어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니 불편하지는 않다"며 "지난번에는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다리가 좀 불편했다"고 했다.
통상 투표소는주민센터, 초·중·고등학교 등에 마련되지만, 장소가 부족한 경우에는 카페, 식당, 전통시장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설치되기도 한다. 선관위는 민간시설을 투표 장소로 사용할 경우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씨름장에도 투표소가 마련됐다. 유권자들은 씨름장 입구에 마련된 안내데스크에서 이름 등을 확인한 후 씨름장을 빙 둘러 기표소로 들어갔다.
서울 광진구의 한 커피전문점도 구의제2동제4투표소로 바뀌었다. 입구에는 메뉴판 대신 '투표소'라는 안내판이 붙었고, 테이블에는 선거관계자들이 앉아 투표를 안내했다.
이외에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해물탕집,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의 한 돼지갈빗집, 서울 강북구 수유동중앙시장의 과일가게, 결혼식장으로 운영되던 서울 구로구의 컨벤션, 서울 강동구 고분다리시장 내 북카페도 이날투표소로 변신했다.
◇무더위에 양산·선글라스·부채 든 유권자들…휠체어·지팡이 행렬도 이어져
무더위 탓인지 줄을 선 유권자들은 손에 미니선풍기를 들고 있거나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서있기도 했다. 이들은 투표가 끝난 후 땀을 닦으며 인증샷을 찍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인근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몇 유권자들은 무더위에 지친 탓인지 투표소 인근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투표장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서울 역삼동 역삼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김모씨(29)는 "날이 너무 더워서 줄을 서면 어쩌나 했는데 줄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다"며 "집에 계신 할아버지는 아직 투표를 하지 않으셨는데, 4~5시쯤에 모시고 투표를 하러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서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를 하러 온 한모씨(55)는 "날이 너무 더워서 투표를 마치고 나서는 빙수를 사먹으러 갈 예정이다"며 "오늘이 올해 중에 제일 더운 것 같다"고 했다.
지팡이를 짚고 온 어르신들, 휠체어를 타고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은 투표소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 투표소로 이동했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이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붙잡아 주거나 순서를 먼저 양보해 주기도 했다.
논현동 투표소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휠체어를 타고온 분들이 오시면 입구에 있는 안내원들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엘리베이터를 먼저 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며 "사전투표 때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표 열기 다소 떨어져…"생애 첫 투표인데 용지 너무 여러 개라 헷갈려요"
이날 오후 2시 기준 투표율은 40.7%로 지난 대선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오전 6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역삼중학교 투표소에는 약 20분 동안 10명 정도만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같은날 오전 11시쯤 여의도중학교 투표소, 여의도여고 투표소, 논현 세심정데이케어센터 투표소에도 많아야 5명 정도가 줄을 서 투표에 걸리는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의도중학교 투표소 관계자는 "대선 때는 교실 밖까지 줄이 이어졌는데, 이번 선거에는 많아야 10명 정도 줄을 서는 정도다"며 "여기서 세번째 선거를 치르는데 확실히 열기가 뜨겁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김모씨(48·여)도 "지난 대선 때는 사전투표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투표당일 투표를 했는데, 그때는 줄이 너무 길어서 10분 기다리고 투표를 했다"며 "대선 때 보다는 다들 관심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고3 서모양은 "첫 투표라 공약집도 꼼꼼히 읽어봤다"며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친구들도 다들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첫 투표인데 투표용지가 너무 여러 개라 헷갈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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