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송상현 기자,조현기 기자,김규빈 기자,구진욱 기자 = "30분 동안 투표하는 유권자는 6~7명인데 선거 사무원은 10명이 넘게 있네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3시쯤 찾은 서울 중구 명동제2투표소 풍경이다. 서울시내 다른 투표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산한 수준을 넘어 '썰렁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곳도 상당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투표를 독려하는 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당선자 윤곽은 확진자 투표까지 모두 마친 뒤 집계해 이르면 밤 10시께부터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날씨 탓?"…대선보다 줄어든 투표 열기
오후 5시 기준 투표율은 46.9%로 지난 대선(73.6%)과 비교해 26.7%포인트(p)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저조한 참여율을 증명이라도 하듯 투표소 현장 곳곳에서도 한산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흥동제2투표소 투표사무원은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이 20%를 넘어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이 너무 없다"며 "지난 대선과 비교해서는 현저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저조해지자 SNS와 주요 커뮤니티에는 투표를 독려하고, 특정 정당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사진과 글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지지 네티즌은 "투표율이 낮으면 좌파가 결집하기 유리하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주변에도 투표를 (권유)해달라"고 강조했다. 다른 네티즌도 "투표율이 너무 저조해 불안하다"며 "방송에서 '보수유권자들이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이 있어 민주당이 유리하다'고 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지지 네티즌은 "투표율이 높아야 민주당이 유리한데 걱정"이라며 "모두 투표하러 나가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광주가 투표율이 낮아 아쉽지만, 어차피 민주당이 될 것"이라며 "경합지역인 수도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울과 인천, 경기에도 관심과 독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도 투표소 발걸음 계속…"尹 지지" vs "견제·균형"
투표 종료 3시간여를 남겨두고 대흥동제2투표소에는 대학생부터 중장년층 유권자까지 여러 연령대의 유권자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투표 전후 등산과 나들이를 위해 등산복 차림을 한 유권자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28도까지 치솟은 초여름 날씨에 줄을 선 유권자들은 손에 미니 선풍기를 들고 있거나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대기하기도 했다. 투표가 끝난 후 땀을 닦으며 인증샷을 찍거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인근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김모씨(29)는 "날이 너무 더워서 줄을 서면 어쩌나 했는데 줄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다"며 "집에 계신 할아버지는 아직 투표하지 않으셨는데, 4~5시쯤에 모시고 투표하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이번 투표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 또는 견제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역삼동 주민 박영진씨(45)는 "현 정부가 일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하라는 의미에서 여당으로 다 뽑으려고 한다"며 "야당이 되면 괜히 여야 정치싸움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의도 주민 박귀옥씨(62·여)는 "윤정부 힘 실어주려고 왔다"며 "제대로 일하려는 사람을 (야당이) 발목 잡는 이런 행태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역삼동 주민 최두현씨(50)는 "윤 정부 하는 거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럴 땐 매가 약, 즉 견제가 필요하다"며 "서울시장 빼고는 다 민주당을 뽑았다"고 말했다.
◇씨름장·카페가 투표소로 변신…'이색 투표소' 이목집중
이번 선거에서도 주민센터, 중학교뿐만 아니라 실내 씨름장, 카페, 해물탕집, 데이케어센터, 승용차 판매대리점과 같은 이색 장소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 훈련장에는 테이블과 기표대 8개가 설치됐다. 다른 한쪽에는 야구공과 배트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통상 투표소는 주민센터, 초·중·고등학교에 마련되지만, 장소가 부족한 경우에는 카페, 식당, 전통시장처럼 접근성이 좋은 곳에 설치되기도 한다. 선관위는 민간시설을 투표 장소로 사용할 경우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 실내 씨름장에도 투표소가 마련됐다. 유권자들은 씨름장 입구에 마련된 안내데스크에서 이름 등을 확인한 후 씨름장을 빙 둘러 기표소로 들어갔다.
서울 광진구의 한 커피전문점도 구의제2동 제4투표소로 바뀌었다. 입구에는 메뉴판 대신 '투표소'라는 안내판이 붙었고, 테이블에는 선거관계자들이 앉아 투표를 안내했다.
◇확진자 투표 6시30분부터…"양성판정 문자 챙겨오세요"
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446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투표할 수 있다.
일반 유권자의 투표가 오후 6시 30분까지 종료되지 않은 경우, 확진자는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게 된다. 최종 투표 마무리 시간은 오후 7시30분이다.
반드시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며 신분증(모바일 신분증 포함)을 가지고 가야 한다. 신분증은 본인의 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청소년증이나 관공서·공공기관이 발행한 것으로, 생년월일과 사진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확진자는 신분증 외에도 '확진자 투표안내 문자', '성명이 기재된 PCR-신속항원검사 양성 통지 문자'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통상 오후 10시쯤이면 당선인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선거의 경우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 시간을 고려할 때 경합 지역의 경우 자정에서 다음 날 오전 1시쯤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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