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투표율 높고 젊은층 낮아
공고문 훼손·후보 명함 살포 등
크고 작은 소동에 경찰 출동도
공고문 훼손·후보 명함 살포 등
크고 작은 소동에 경찰 출동도
전국 1만4456개 투표소에서 열린 지방선거 현장은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일부 시민은 지자체 후보들의 정책을 알지 못한 채 투표에 임했다. 특히 대통령선거 이후 정치에 관심이 떨어진 2030세대가 오가는 모습은 눈에 띄게 줄어든 듯했다. 투표소에서는 '공고문 훼손' '후보자 명함 살포' 등의 소란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사전투표 영향? 한산한 본투표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원효로1동 주민센터는 투표에 참여한 시민이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주민센터에서는 혼잡을 우려해 아파트마다 투표소를 구분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투표참관인 등 안내원 20여명이 시민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투표안내원은 "아침 일찍 어르신들이 몰렸지만 그 뒤로 한가하다"며 "사전투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27~28일 치러진 사전투표율은 20.62%로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선거 당일 투표 부진은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참석한 김모씨(43)는 "투표용지를 7개나 받았는데 후보 면면을 제대로 알 수 없다"며 "매번 '정책선거' 운운하는데 보통의 시민들이 관심을 둘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대 간 온도차도 컸다. 6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적극 투표에 나선 반면 젊은 층은 무관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필동 주민센터에서는 60대 이상 유권자 대여섯명이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투표를 마친 김모씨(72)는 "거동은 불편하지만 투표가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해 나왔다"고 언급했다.
반면 2030세대의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가족과 경남 남해로 여행을 간 김모씨(36)는 "여행을 나오기 전에 투표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했다"면서 "알지도 못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행사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에서도 투표날이 아닌 휴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표소에서 소동 발생, 경찰 출동
선거 과정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발생해 경찰 출동이 잇따르기도 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한 유권자는 "중앙선관위가 개입한 낙선운동"이라며 이날 오전 8시께 화서2동 제4투표소에 설치된 김은혜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 내용이 담긴 공고문을 훼손하려 했다. 이날 경기도 31개 시·군 모든 투표소 입구에는 김은혜 후보 측이 공표한 재산신고 내역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게시됐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5일 선관위에 제출한 이의제기서 내용을 선관위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경기 양주시에선 시장 후보자의 명함이 지역구 도로변에 수백장 살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에서는 기장군 기장읍 제3투표소에서 90대 노모를 모시고 온 60대 아들이 모친과 함께 기표소에 입장하다가 제지를 받고 항의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또 부산 사상구 덕포1동 제3투표소에서는 50대 유권자가 투표소 앞에 마스크를 비치하지 않았다며 선관위 측에 항의,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천안과 아산에서는 선관위 표지를 교부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을 설치하던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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