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김종엽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탄탄한 TK(대구·경북)의 보수 표심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등에 업은 국민의힘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물론 대구 8개 기초단체장을 싹쓸이 했다.
경북에서도 영천, 의성, 울릉 등 3곳만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을 뿐 보수의 정치 구도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TK지역에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 한자리도 차지하지 못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따른 '탄핵 프리미엄'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보수 텃밭을 위협했던 4년 전과는 대조적인 성적을 냈다.
그동안 경쟁력 있는 후보 확보는 물론 지역 내에 세력을 확장하는데 실패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힘 못쓴 민주당, 예견된 몰락
민주당의 6·1 지방선거 몰락은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9 대선에서 정권 연장에 실패한 뒤 힘을 잃은 민주당이 TK에 후보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등 스스로 경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여 만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 기초단체장 8개 구·군 중 7곳, 경북 23개 시·군 중 16곳에 후보를 냈다.
당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도 임대윤·오중기 후보가 각각 34.32%, 39.75%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선전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장세용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20년 만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 드라마를 썼다.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대구시의원 4명과 구의원 45명, 경북도의원 7명과 시·군의원 38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4년 만에 출마 후보도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로 힘을 잃었다.
대구에서는 8개 기초단체 중 4곳에만 후보를 내는데 그쳤으며, 시의원 지역구 29곳에는 4명의 후보만 간신히 공천했다. 경북에서도 23개 기초단체장 중 10곳에 후보를 냈고, 도의원 지역구 55곳에는 후보가 14명 뿐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대구 중구와 달서구, 경북 예천군 등 기초단체장 선거구 3곳과 광역의원 선거구 37곳(대구 20곳, 경북 17곳)에는 국민의힘 후보의 무투표 당선을 허용해 일찌감치 유권자의 투표 의지를 꺾어놨다.
◇무소속 바람 미약
국민의힘 경선 등에서 배제된 뒤 '표로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겠다'며 당을 박차고 나간 무소속 후보들의 결기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이들은 파행 공천을 외치며 대구 2곳(북구·달성군), 경북 8곳(문경·경산·군위·의성·청도·고령·성주·울릉)에서 단체장을 노렸지만 의성군과 울릉군 등 단 2곳만 차지하는데 그쳤다.
대구에서는 1차 컷오프된 전재경 후보가 경선에서 패한 강성환·조성제 전 예비후보의 지지를 받아 무소속으로 달성군수 출마를 강행했지만 국민의힘 최재훈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구본항 후보도 무소속으로 북구청장에 도전했지만 배광식 후보의 3선을 저지하지 못했다.
경북에서는 재선의 김영만 군위군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김진열 후보와 개표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으나 3선 고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특정후보의 단수추천에 반발해 탈당한 10명의 예비후보가 결성한 시민협의체 경선을 통해 선출된 오세혁 후보 역시 조현일 후보와 경산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었으나 패배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또 무소속 출마로 기초의원 재선, 광역의원 재선을 지낸 황병직 무소속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영주시장에 도전했으나 박남서 국민의힘 후보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채홍호·박권현·임욱강·전화식 후보도 문경시장과 청도·고령·성주군수에 도전했으나 국민의힘 신현국·김하수·이남철·이병환 후보에 꼬리를 내렸다.
반면 무소속으로 영천시장 재선에 도전한 최기문 후보는 국민의힘 박영환 후보의 무릎을 꿇렸다.
55곳의 경북도의원 지역구에서 무소속 후보는 영양 박홍열, 영덕 황재철, 울릉 남진복 후보 단 3명만 당선됐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제1당이 특정지역에 후보를 제대로 못 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권자만 탓할 수 없다"며 "지난 3·9 대선 때도 TK에서 얼마나 많은 표를 줬나, 민주당은 그동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