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전문직 여성 ‘수진’(서현진)과 그런 딸을 돌보게 된 아버지 인우(안성기)의 이야기. 극적인 설정으로 마냥 눈물을 짜낼 것 같은 서현진, 안성기 주연의 ‘카시오페아’는 생각보다 담백한 영화다. 동시에 안타깝고 따뜻한 가족영화다.
유능한 변호사이자 엄격한 엄마인 수진(서현진)은 하나뿐인 어린 딸 지나(주예림)를 유학 보낸 뒤 갑작스레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수진의 잔인한 현실을 찬찬히 그리면서도 아버지와 딸, 손녀까지 3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TV드라마로 단단한 팬층을 거느린 서현진은 자신의 첫 주연 영화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달라진 일상과 감정의 동요를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로 세밀하게 표현한다.
안성기는 서현진과 대조되게 큰 감정의 동요 없이 묵묵히 그녀를 돌보며 대비를 이룬다. 젊은 시절 외국에서 일하느라 딸의 성장을 지켜본 적 없는 아버지의 ‘리버스 육아’는 먹먹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수진의 딸은 어느 순간 자신보다 더 아이가 된 엄마의 엄마처럼 보인다. 이 야무지고 어른스런 아역 배우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신연식 감독은 수진 할머니(인우의 엄마) 대사를 빌어 우리네 인생사가 서로 빚을 지고 서로 갚는 사이라고 말한다. “살아가는 매순간 누군가 내 빚을 갚고 있고, 나도 누군가의 빚을 갚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갑작스레 닥친 크나큰 불행 앞에서도 그렇게 절망스럽진 않을 것이다.
카시오페아는 1년 내내 북쪽 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별자리다. 북두칠성 등의 별자리가 어디 있는지 파악할수 있는 길라잡이 같은 별자리로, 이 영화에선 길을 잃은 수진에게 가족이 바로 우리말로 ‘닻별’이라고 부르는 카시오페아 같은 존재다.
서현진은 극중 수진의 병세가 진행되면서부턴 메이크업 없이 연기에 임했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모습을 많이 떠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1일 개봉한 이 영화에 대해 한 네티즌은 "서현진이라는 장미꽃과 안성기라는 안개꽃이 조화롭게 연출됐다"고 호평했다. 다른 네티즌은 "너무 슬프고 현실적인 영화. 서현진 연기에 또 치이고 가네요. 가슴 먹먹.. 여운이 길게 남았다"고 썼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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