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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전쟁에… 올여름 최악 전력난 온다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2 18:15

수정 2022.06.02 18:15

5월 월간 전력수요 역대 최고
공급예비력 1만㎿선 밑돌아
에너지 가격 급등 부담 가중
폭염·전쟁에… 올여름 최악 전력난 온다

올여름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 국내 폭염일수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때 이른 5월 무더위로 인해 지난달 전력수요는 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력 공급예비율이 12.4%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상찮은 전력 수요…월 8㎿ 선 훌쩍 넘을듯

2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은 지난해 5월보다 4.5% 증가한 6만6243㎿였다.

이는 200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5월 기준 역대 최고치이자 한반도에 최악의 폭염이 강타했던 지난 2018년 5월 기록한 기존의 최고치(6만4337㎿)를 4년 만에 갈아치운 수치다.

월평균 최대전력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전력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하루 중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일별 최대전력 합계의 평균값이다. 통상 5월에는 전력수요가 연중 최저치를 보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늘어나는데 올해는 이미 5월부터 증가세가 시작됐다.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더위 탓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월평균 최대전력이 8만㎿ 선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온이 8월 말까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다는 예보를 내놨다. 월평균 최대전력은 지난 2018년 8월에 8만710㎿를 기록, 처음으로 8만㎿ 선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7월 8만1158㎿까지 치솟아 기존 기록을 경신했다.

전력 공급예비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공급예비율은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여유전력을 뜻하는데, 통상 업계에선 안정적 전력 공급 마지노선으로 예비력 1만㎿, 예비율 10%가량을 꼽는다.

그런데 지난달 이미 공급예비력이 1만㎿ 선을 밑돌았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7도를 보인 지난달 23일에는 공급예비력이 8953㎿, 공급예비율이 12.4%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보발령 수준은 아니지만, 국가전력 연간 수급전망의 5월치(34.1%)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였다. 전력수급경보 발령 기준은 공급 예비력이 550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부터 '준비' 단계에 들어가고, 이후 1000㎿씩 내려갈 때마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격상된다. 지난해 7월에는 무더위로 인해 전력 예비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지며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전력당국은 아직 전력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국의 대형 발전기가 약 400대인데, 이 가운데 100대 정도가 정비 중"이라며 "여름철과 겨울철은 거의 대부분의 발전기가 가동되고, 이때를 대비해서 정비를 하는데, 발전기들이 하나둘 복귀하면 발전 공급능력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까지…전력 생산 부담 가중

러·우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는 만큼 국내 전력 생산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국내 최대 발전원은 석탄 화력발전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원인 유연탄 가격까지 오르고, 폭염으로 전력 수요 급증까지 맞물리면 여름철 전력 생산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1·4분기 8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한전이 적자를 줄이려면 판매대금인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물가상승 압박으로 인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요금을 묶어두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발전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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