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보수 텃밭인 부산에서도 나름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불었던 '낙동강 벨트'가 이번 선거에서 빨간 물결로 뒤덮였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 등으로 민주당이 특별히 공을 들인 지역구지만 민심 이탈을 막지 못해 앞으로 정치적 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 지방선거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부산의 낙동강 벨트에 속한 북구, 강서구, 사상구, 사하구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다. 이들 지역의 현역 구청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특히 사상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를 지낸 의미 있는 곳이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대근 구청장이 지난해 법원 판결로 직위를 상실하면서 구청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사상·사하구의 경우 여당 후보가 20%p 이상의 압도적 득표차로 승리를 거뒀고, 강서구에선 19.03%p, 북구에선 14.07%p의 차이가 났다. 북구를 제외한 나머지 3개구에선 지난 3월 대선 때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낙동강 벨트는 20대 총선부터 지역구 5곳 중 2곳(최인호, 전재수 의원)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곳이다. 탄핵 이후 기세를 몰아 2018년 지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곳 모두 기초단체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4년 전 어렵게 얻어낸 민주당은 민심을 되돌리지 못한 채 기회의 끈을 놓쳐 버렸다. 민주당으로선 경남 김해, 양산의 패배와 더불어 정치적 요충지이기도 했던 낙동강 벨트의 전패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이미 2020년 총선에서 이들 지역에 균열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전조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 선거가 시작되기 전 국민의힘이 16개 구·군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최소한 강서구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컸다. 민주당에서도 강서구만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표가 아쉬운 곳이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나 현장을 찾아 표심 공략에 나서는 등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접전 예상과는 달리 막상 개표 뚜껑을 열자 민주당의 허무한 패배였다. 4년 전 민주당에 압도적 표를 몰아줬던 명지신도시에서도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패배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부산의 경우 4년 전 민주당에서는 최초로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오거돈 전 시장의 강제추행에 따른 시정 공백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로 급격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겠다는 민주당의 약속과 달리 부산시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이다.
국정 운영권을 빼앗기고 난 뒤에도 '검수완박' 강행으로 낙동강 벨트의 민주당 기초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중앙당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게 나오기도 했다. 대장동 이슈는 물론이고 성비위 사건, 불쑥 제기한 김포공항 이전 공약 등 잇단 악재가 지역 민심까지 이반 시켰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김해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만과 오판으로 가득 찬 그들만의 독선으로 '낙동강 벨트'라는 공들여 쌓아 올린 동진의 교두보를 모두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열세에 놓인 민주당은 나름대로 '가덕신공항'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 등을 본인들의 성과로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을 폈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내 지지층 결집 실패를 가장 큰 패인으로 판단했다. 2년 뒤 총선까지 낙동강 벨트에 국민의힘 열기가 이어질 지는 아직 판단하기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당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는 등 지지층 결집을 하지 못하면서 선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선거에서 낙동강 벨트가 와해된 것도 결집을 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낙동강 벨트보다 이제는 남구, 영도구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남해안 벨트' 가 새로운 주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곳에서 지속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커질 경우 민주당도 2년 뒤 총선을 위해 특별히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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