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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바닥 드러낸 저수지, 가뭄발 물가자극 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5 18:52

수정 2022.06.05 18:52

양파·마늘 출하량 푹 줄어
기상 이변 대책 마련하길
봄철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지난 2일 세종시 소정면의 한 하천이 바짝 말라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봄철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지난 2일 세종시 소정면의 한 하천이 바짝 말라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5일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일까지 한달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5.8㎜를 기록해 평년 대비 5.6%에 불과했다. 올해 1∼5월 전국 누적 강수량도 평년의 50% 수준밖에 안됐다. 지난 주말 기준 전국 4개 시·군은 가뭄 심각 단계로 진입했다.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기록적인 겨울가뭄을 겪었고 그 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은 탓이다.


현충일 연휴 기간 강수 소식이 있지만 전국적 해갈이 쉽지 않을 것으로 기상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전국 주요 지역의 저수지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요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73.9%였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던 2017년(69.3%) 이후 가장 낮았다.

가뭄이 확산되면 농산물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파, 마늘, 감자 등 노지 밭작물 작황은 이미 심상치 않다. 밭작물, 채소 출하량이 확 줄면서 가격은 무섭게 오르는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양파 15㎏의 도매가격은 1만7840원으로 1년 전(9075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까지 올랐다. 한달 전과 비교해도 40% 가까운 상승이다. 감자 값 오름세 역시 가파르다. 지난주 20㎏ 도매가가 3만8120원이었다. 1년 전 대비 57%나 오른 수치였다.

우리 경제는 고물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정부는 연일 물가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고인 5.4%로 치솟았다. 6월 상승률은 6%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올해 물가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던 정부는 이를 수정해 4%대로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4%대 전망은 11년 만이다. 그러면서도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1%에서 2%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적한 대로 물가는 강제로 끌어내리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의 관세 인하 등 물가대책은 그런 인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가능하면 물가를 자극할 요인을 더 안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가뭄 피해로 물가가 위협받는 것은 미국 등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미국의 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 악재, 글로벌 공급망 차질 외에 미국 중서부 지역의 기록적인 가뭄 여파도 한몫했다.

가뭄은 농가에 큰 고통을 안기면서 국가경제 전체를 압박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대체수원 개발 등 긴급대책을 당부한 이후 정부는 부처 합동 TF팀 가동, 관정개발, 하천굴착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피해지원과 수습은 신속히 이뤄져야 함이 마땅하다. 더불어 지금처럼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가뭄 재해는 중장기 근원대책으로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뭄을 잘 넘기는 차원을 넘어 항구적 대응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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