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불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가 매우 취약해 총리 자리를 유지한다고는 해도 심각한 반대 속에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영국 정정이 불안해지고, 이에따라 경제적 충격 역시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존슨은 이날 불신임 표결에서 여당인 보수당 의원 359명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단 211명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과반수만 넘기면 되는 표결이어서 그가 총리 자리를 지키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여당 의원 가운데 148명이 반대표를 던져 그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앞으로 의회에서 험로를 걸을 것임을 예고했다.
존슨에게 신임을 보낸 의원들도 그가 좋아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그를 이을 확실한 후계자가 없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대부분 정치 관측가들은 그의 대항마가 나와도 존슨이 표결에서 상대 후보를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존슨은 코로나19 봉쇄 기간 수칙을 어기고 술파티를 벌인 것이 드러나면서 불신임 투표로까지 몰렸지만 대안이 없다는 현실인식 속에 일단 자리를 보전했다.
비록 이날 퇴출은 막았지만 존슨은 심각한 권력 누수에 직면하게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끝내겠다는 선거공약으로 수 십년 만에 보수당에 최대 승리를 안겨준 총선 일등공신이었던 존슨이 이제 보수당 분열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존슨이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지도 의문이다.
브렉시트 협상 혼선 속에 2018년 12월 불신임 투표에 몰렸던 보수당의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표결에서 존슨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반년 뒤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유권자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로 권좌에 앉은 존슨은 2019년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총리에 올랐지만 경제 난맥상과 방역기간 술파티로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보수당 내에서는 그가 2019년 보수당에 총선 승리를 안겨줬지만 이제는 보수당 선거전략에 최대 맹점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당의 인기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야당인 중도좌파 노동당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성추문으로 물러난 보수당 의원 2명을 대신해 새 의원을 뽑는 이달 말 보궐선거에서는 야당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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