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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은행 사칭 스팸… “통신사가 사태 방관” 책임론 불붙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7 18:11

수정 2022.06.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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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문자 20%가 금융 광고
기관합동 유통방지책 무용지물
은행 전화번호 진위 확인 등
"피해예방 근본적 해결책 아냐"
“발송을 막아야” 통신사에 화살
은행 사칭 문자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과 금융권, 통신사 업계까지 저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그 효과는 기대이하다. 앞서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감독원, 경찰청, 인터넷진흥원 등으로 구성된 관계기관합동은 '은행사칭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을 지난해 10월 발표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선 "통신사들이 은행 사칭 문자를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통신사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 사칭 문자 피해 '지속'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은행 사칭 문자로 인한 고객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는 모습이다.
1금융권 대출이나 지원금 지급을 미끼로 통화를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채널이 확대된 데다 새로운 정책지원금도 쏟아지면서 관련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2021년 하반기 스팸 유통현황' 조사에서 지난해 하반기 휴대폰 이용자의 하루 평균 스팸문자 수신량을 0.19통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0.24통)에 비해 0.06통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이전 및 직후와 비교했을 때에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지난 2019년 하반기 하루 평균 스팸문자 수신량은 0.07통, 지난 2020년 상반기에는 0.09통이었다.

특히 광고 유형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 문자스팸 중 금융 광고가 19.7%로 도박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불법대출 광고가 19.4%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발하고 경기 불황과 지원금 정책이 맞물리면서면서 허점을 노린 은행 사칭 문자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관련 기관도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3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소상공인 지원금 관련 스팸 주의를 알리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며 "고객의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금융권 "예방 노력은 하지만 역부족"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업계는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가령 은행연합회는 지난 3월부터 '은행전화번호 진위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은행명을 선택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받은 문자가 실제 은행에서 쓰는 번호로 온 문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금융사도 있다. 지난해 6월부터 KB국민은행은 '리치 커뮤니케이션 스위트(RCS) 문자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는 기존보다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게 한 메시지 규격으로, 발송 기업의 로고를 문자와 함께 표시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은행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은 고객도 은행이 보낸 문자인지 쉽게 판단할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7월 IBK기업은행도 '카드형 RCS 문자'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조만간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전화번호 진위확인 서비스나 RCS 활용은 고객의 몫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팸 문자는) 은행이 보내는 것이 아니기에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고객이 사기를 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전했다.

■불붙은 '통신사 책임론'
사정이 이렇자, 통신사가 나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스팸문자를 받고 이를 고객 차원에서 일일이 차단하기보다는 사전에 발송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스팸 문자를 더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데도 수익 때문에 이를 방기한다는 책임론도 일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금융위, 방통위, 과기정통부 등이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은행사칭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에는 악성 불법스팸전송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벌칙 상향 등 정보통신망법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개선방안이 담겼다. 불법스팸을 근절하기에 스팸전송자·통신사 등의 영업이익에 비해 현행 불법 스팸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이번 1·4분기 화이트리스트 기반 불법스팸차단 시스템 고도화 등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전화번호, 스팸내용 등을 분석해 차단하던 방식에서 금융회사 전화번호와 금융회사명을 활용해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통신사는 스팸 문자 피해 축소를 위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문제의 책임을 통신사에게 전가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표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특정 단어나 문구는 걸러내고 있지만 우회로가 많아 수작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모든 스팸을 걸러낼 수는 없다"며 "요새는 무제한 문자 요금제를 많이 쓰기 때문에 수익성과 연결 짓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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