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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주4일 근무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7 18:32

수정 2022.06.07 18:32

영국 기업들이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 근무 실험에 나섰다. 사진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뉴시스
영국 기업들이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 근무 실험에 나섰다. 사진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뉴시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지만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조하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직장인이 주말도 없이 금요일이 사흘 계속 이어지는 가혹한 일상을 견뎌야 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다툴 정도로 장시간 노동과 야근으로 악명 높았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주5일 40시간 노동을 도입한 1926년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성경에서도 6일 일하고, 7일째 안식일을 갖도록 했다며 주5일제는 비현실적이라고 공격당했다.
주5일제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다. 이젠 주4일제가 자리를 잡았다. '주4일 노동이 답이다'(안나 쿠트외 지음·호밀밭·2022)에 따르면 성과는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한국과 정반대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연간 노동시간은 적은데 생산성은 높다. 그 비결은 적은 노동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영국 기업들이 임금삭감 없는 주4일제 실험에 나섰다. 은행과 병원, 투자회사 등 70여개 기업과 단체들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되 생산성을 높여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대적 실험이다. 6개월간 33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이 실험에서 근무시간은 80% 줄이면서 생산성과 임금은 100%를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상당수 서유럽 국가가 주4일제를 보편적으로 도입했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 기업의 27%가 주4일제를 채택했다. 올 들어 벨기에는 주4일제를 공식 도입했다. 최근 우리 기업 중에서도 주4일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나왔다. 대선 공약으로 거론될 만큼 중요한 사회적 담론으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직장인 88%가 주4일제에 찬성했다. 주4일 노동이란 현재 임금을 유지하면서 주당 4일 32시간 일하는 제도다.
일을 오랫동안 많이 하는 사회에서, 짧지만 잘하는 사회로 변화하는 노동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기를 맞은 듯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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