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가 7일(이하 현지시간) 이른바 '공정 최저임금(fair minimum wage)'에 합의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생활비 급등에 맞춰 노동자들이 충분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처로 노동조합을 통한 임금단체협상 비율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U 회원국들은 앞으로 가계 일상품 가격을 측정해 이에 맞는 최저임금 자료를 모으고, 노동자들이 기업과 단체협상을 할 때 이 공정 최저임금 원칙이 적용되도록 장려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EU 정상들과 집행위원회, 유럽의회가 이같은 원칙에 합의했다.
EU 고용·사회적권리 담당 집행위원인 니콜라스 슈미트는 집행위와 의회가 "EU내 적정 최저임금에 관한 지침에 합의했다"면서 "많은 가계가 생필품 충족에 어려움을 겪는 지금 특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정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으로 법제화될 계획이다.
각 회원국은 2년, 4년 단위로 최저임금 기준을 업데이트해야 하고, 노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파트너들'이 임금 단체협상에 간여할 수 있도록 자문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EU 회원국들은 또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하는지, 현 수준이 적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불만이 있을 경우 분쟁조정 시스템을 통해 분쟁을 조정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은 트윗으로 "새 규정이 노동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노동이 정당한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 최저임금 합의는 이달 중 각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명문화된다. 회원국들은 법안이 공표된 뒤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이를 적용해야 한다.
새 법에 따라 EU 모든 회원국 내에서는 노조가 노동자들을 대신해 고용주와 임금 단체협상을 하게 된다.
집행위는 "(데이터로 볼 때) 단체협상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낮고, 저임금 노동자간 불평등도 낮으며, 임금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임금 단체협상 비율이 80%를 밑도는 회원국들은 이를 개선할 방안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이 새 법안은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 법안은 아니다.
회원국 다수결로 EU 전체에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미 노동자 권리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덴마크를 비롯한 노르딕 국가들은 법안에 떨떠름하다.
덴마크는 이런 문제는 EU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 부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노르딕 국가들은 EU의 새 임단협 모델이 이미 자리 잡은 자국의 임단협 시스템과 충돌할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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