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건넨 방독면 쓰고 탈출, '인화물질 뿌린 듯'
【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빌딩 2층에서 화재가 발생, 7명이 숨지고 49명이 다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50대 방화 용의자를 특정했지만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졌다.
불이 난 건물 4층에 사무실을 둔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갑자기 비명이 났고, 조금 지난 뒤 연기가 올라왔다"고 긴박했던 그 당시에 대해 설명했다.
불이 나자 건물 3층에 있던 사람들은 4층 등 건물 위층으로 대피했다. 일부는 건물 밖에 설치된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사무실에는 3층 사무실의 변호사 등 모두 12명이 연기를 피해 대피했다 20분 가량 지난 뒤 출동한 소방관이 제공한 방독면을 쓰고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은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너무 많아 밑으로는 대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사히 대피한 모 변호사는 "빌딩 내에서 20분 정도 공포의 시간이 지난 뒤 소방관들이 건넨 방독면을 쓰고 나서야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면서 "빌딩 벗어나서야 이제 살았다"고 말한 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또 다른 변호사는 "대피 과정에서 경황이 없었지만 얼핏보니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변호사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다"며 "방화범이 문을 연 채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불이 난 빌딩에는 변호사 30여명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2층 변호사 사무실은 계단에서 가장 먼 쪽에 위치하고, 변호사 3명 가량이 함께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현장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현장을 수습했다. 경찰도 현장 주변으로 통하는 도로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지만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몰렸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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