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지나면 날선 비판
의회주의 신념 꼭 지키길
의회주의 신념 꼭 지키길
지난 한 달 윤 대통령은 경제와 통합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5월 11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제일 문제가 물가"라고 말했다. 6월 3일 용산 집무실 출근길엔 "우리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며 "집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거 못 느끼십니까"라고 물었다. 최악은 지도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할 때 생긴다. 윤 대통령은 뭐가 문제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인다. 규제완화를 누누이 강조한 것도 올바른 방향이다.
윤 대통령은 5월 16일 추경 시정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을 예로 들며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다"며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달았다. 이틀 뒤엔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고 선언했다. 이 말은 앞으로 윤 대통령의 통합정신을 말할 때마다 인용될 공산이 크다. 한덕수 총리는 9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당 대표들과 대통령이 참석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기가 망설여진다. 윤 대통령은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이를 두고 기자들이 '대통령의 인재풀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묻자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때 민변 출신이 도배를 한 건 잘못이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가 이를 따라 해선 곤란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시민단체의 비판을 떠나 검찰 편중 인사는 윤 대통령이 한번 더 고민할 대목이다.
취임 한 달은 허니문 기간이다. 언론도 여론도 좀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비판을 자제한다. 하지만 100일가량 지나면 날 선 비판이 시작된다. 꾸준히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통합의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통합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다른 데서 아무리 잘해도 국민 통합에 실패하면 말짱 헛일이다. 지금 의회는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국힘이 대선,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이겼지만 입법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에 속한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 2년간 유지된다. 윤 대통령은 의회주의가 신념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실천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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