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교체형 정수기, 페트병 75개를 대체..가장 좋은 것은 수돗물 음용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위기의식이 강화되자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의 일환으로 필터 교체형 정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필터 교체형 정수기는 수돗물을 받아 가운데 필터로 물을 여과해 사용하는 간이 정수기다.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이 간편하다.
필터 교체형 정수기, 페트병 75개를 대체
필터 교체형 정수기는 수돗물을 부으면 가운데 있는 필터가 불순물을 걸러준다. 이 작은 필터의 정수량은 약 150L. 필터 한 개로 2L 페트병 75개를 대체할 수 있다. 간편함은 물론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다.
필터는 한 달마다 교체를 권장한다. 정수기의 뚜껑에는 배터리 모양의 메모가 한주씩 자동으로 사라지며 필터 교체 주기를 알려준다. 하지만 메모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물을 자주 마시지 않는다면 2달마다 필터를 교체해도 무방하다. 정수기를 사용하다 물맛이 달라졌거나, 정수한 물에 활성탄 가루가 많아질 때 필터를 갈아주면 된다.
필터 교체형 정수기는 쓰레기가 적게 나온다. 150L의 물을 마셨지만, 쓰레기는 손바닥만 한 작은 필터만 나온다. 다 쓴 필터는 필터 재활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버려지는 게 없다. 독일의 필터 교체형 정수기 업체는 국내에서 21년부터 사용한 필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거한 필터는 재질에 따라 분류돼 재활용한다. 필터 껍데기와 거름망은 세척해 플라스틱 자원으로, 필터의 여과제는 산업수처리시설에서 재활용된다.
필터 수거 계기는 정수기 '어택'
독일의 필터 교체형 정수기 업체의 필터 수거 프로그램이 시작된 계기는 소비자들의 움직임 덕분이다.
독일의 필터 교체형 정수기 업체는 플라스틱 페트병 배출이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친환경 이미지로 시장을 확대했다. 하지만 필터 자체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필터 수거 서비스를 국내에서 시행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판이 나왔다.
십년후연구소, 알맹상점, 여성환경연대 등을 중심으로 ‘필터 수거 프로그램 시행’을 요구하는 ‘브리타 어택(항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2020년 8월부터 약 4개월간 1만 4546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1,600여 개의 사용한 필터를 모아 필터 교체형 정수기 국내 지점에 전달했다.
캠페인 직후 필터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고, 21년 9월 무상으로 다 쓴 필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온라인 수거 서비스와 함께 여러 제로웨이스트샵과 연계해 필터 수거함을 추가로 설치해 오프라인으로도 수거하고 있다.
필터 교체형 정수기 국내 지점은 필터 수거 프로그램을 시행 후 6개월 만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73,869kg 이상 절감하고 618,334kg이 넘는 이산화 탄소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가장 좋은 것은 수돗물 음용
생수 대신 필터 교체형 정수기를 선택하는 것이 환경에 가장 좋은 선택일까. 필터 재활용 수거 프로그램을 이용해도 필터를 만드는 과정부터 필터가 재활용되는 과정까지 온실가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수돗물을 있는 그대로 마시는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탄소 성적 표지’에 따르면 2L 기준 수돗물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0.512g이다. 생수는 238~271g, 정수기는 171~677g으로 수돗물보다 최대 1,322배의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국내 수돗물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물수질기준 등 다양한 항목으로 관리한다. 세균 등의 오염물질은 물론 물의 냄새, 맛, 색까지 관리한다. 유엔(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122개국 중 8위에 오를 정도로 우수하다. 국내 수돗물은 별다른 처리 없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하고 맛있는 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 이상은 수돗물 대신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생수를 사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물을 먹을 때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라고 답한 비율은 36%였다. 절반(49.4%)에 가까운 국민들은 ‘수돗물에 정수기를 설치해서’라고 답했고, ‘먹는 샘물(생수)을 구매해서’ 마시는 비율은 32.9%였다.
수돗물을 사용 시 가장 불편한 경험으로 소독약품(염소) 냄새를 꼽았다. 소독약품 냄새가 나서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정수기를 설치하는 등 별도의 제품으로 수돗물을 대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에서 소독약품 냄새를 없앨 순 없다. 수돗물은 각 가정까지 공급되는 과정에서 번식할 수 있는 세균을 살균하기 위해 염소 소독제를 사용한다. 소독 효과를 위해 물에 잔류염소 농도를 0.1mg/L 이상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소독약품 냄새가 나야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이다.
소독약품 냄새로 수돗물을 바로 먹을 수 없다면 상온에 잠시 놔두거나 끓여 먹으면 된다. 염소는 휘발성이 강해 몇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며, 끓일 경우 2분 안에 대부분 없어진다.
환경부는 올해 초 ‘통합물관리 비전 선포식’에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물의 수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16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상수도 관리 체계를 완성해 내년까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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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rilim@fnnews.com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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