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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야 X큐 한번 더해"..KPGA구자철회장의 위험한 페북 '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2 11:26

수정 2022.06.12 18:42

11일 게시글 올렸다가 수정
페북글로 잇딴 구설수 올라
1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KPGA선수권대회 마지막날 1번홀 티잉 그라운드 뒤쪽에서 챔피언조의 티샷을 바라보고 있는 KPGA구자철회장.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1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KPGA선수권대회 마지막날 1번홀 티잉 그라운드 뒤쪽에서 챔피언조의 티샷을 바라보고 있는 KPGA구자철회장.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파이낸셜뉴스]【 양산(경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오늘날 한국 남자 프로골프를 얘기하는데 2명의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풍산그룹 류진회장(64)과 한국프로골프(KPGA) 구자철회장(68)이다. 두 사람은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의 골프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먼저 류진회장은 한국 남자 골프의 세계화에 앞장 선 인물이다. 미국의 정관계 및 골프계와의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 간의 대륙간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아시아 최초로 2015년에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GC에 유치하는데 산파역을 했다.


또 하나는 침체에 빠져 있던 KPGA코리안투어의 부활을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KPGA선수권대회가 스폰서를 잡지 못한 이후 부터는 줄곧 지원하고 있다. 제65회째를 맞은 올해 대회에도 총상금 15억원 중 12억원을 쾌척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엄청난 일들을 하면서도 한 번도 자신을 드러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묵묵하게 뒷전에서 보이지 않게 도움만 주는 키다리 아저씨다. KPGA가 회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몇 몇 프로들이 찾아가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 간청했으나 "유능한 분이 맡아야 한다"며 번번이 고사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류진회장은 매년 KPGA선수권대회 시상식에 참석해 챔피언을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 출장으로 부득이 불참한다고 한다. 대신 그는 지난 7일 열린 프로암에 참석해 출전 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해 주고 떠났다. 그에 앞서 에이원CC에 도착하자마자 클럽 하우스 로비에 있는 고 김우중 회장의 흉상에 헌화한 뒤 머리 숙여 예를 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행사를 마치고 떠나면서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 예를 표하므로써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는 후문이다. 에이원CC는 고 김우중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여사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골프장이다. 지난 2016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코스 사용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KPGA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KPGA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양산 에이원CC 클럽하우스 로비에 마련된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흉상에 풍산그룹 류진회장이 바친 화분이 놓여 있다. 류회장은 올해 12억원 등 매년 이 대회에 통큰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PGA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양산 에이원CC 클럽하우스 로비에 마련된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흉상에 풍산그룹 류진회장이 바친 화분이 놓여 있다. 류회장은 올해 12억원 등 매년 이 대회에 통큰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자철회장은 지난 2020년 1월3일 추대 형식으로 제18대 KPGA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초기만 해도 기업인 출신의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올 시즌 사상 최대 규모인 20개 대회가 열린다지만 지난 2년간 사정은 그야말로 불가항력이었다.

거기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도 있었지만 항간에 돌고 있는 이른바 '회장님 리스크'도 한 몫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구 회장의 페이스북 게시글 때문이다. 이번에는 KPGA선수권대회 3라운드가 열리고 있는 지난 11일에 올린 글이 파장이다. 그날 수도권 모 골프장에서 자신의 나이 68세보다 적은 67타의 에이지슈트를 기록해 그 스코어 카드를 올려 자랑한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올라온 "근데 왜 김비오 샷할때마다 이 X랄이냐??, 비오야, X큐 한번 더해. 내가 막아줄께"라는 구 회장의 글이다. 챔피언조의 김비오(32·호반건설)가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할 때 한 갤러리 카메라 소리로 방해를 받은 중계 화면을 보고 올린 듯 하다. 당시 김비오는 미안해 하는 갤러리에게 "괜찮습니다. 샷할 때만 좀 조심해주면 됩니다"라며 웃어 넘겼다.

관전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갤러리의 태도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협회장이 정제되지 않은 비속어를 쓸 만큼의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구 회장은 그로부터 약 3시간 가량 지나 게시글을 수정했다. 하지만 팬들에 대한 도발적 언사와 선수의 아픈 기억을 소환케하는 개념없는 글을 주워 담기에는 이미 늦었다. 구 회장의 페북 글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KLPGA투어 스폰서들을 향해 이른바 '저격 글'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11일 열린 KPGA선수권대회 3라운드를 마친 뒤 김비오가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KPGA
지난 11일 열린 KPGA선수권대회 3라운드를 마친 뒤 김비오가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KPGA
김비오는 지난 2019년에 있었던 불미스런 행동으로 3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1년으로 경감돼 지난 2020년 8월에 투어에 복귀했다. 그는 1년간 뼈를 깎는 참회의 시간을 보낸 뒤 이전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골프를 하는 동안 영원히 속죄하는 마음으로 선수생활을 하겠다고 누누이 말했다.

그가 작년 시즌 최종전부터 올해 2승까지 총 3승을 거두면서도 우승 순간 눈물만 쏟아낼 뿐 어떤 세레모니도 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김비오는 이날도 라운드를 마친 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갤러리와 사진촬영과 싸인을 해주는 등 행복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KPGA코리안투어는 KLPGA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남자골프의 르네상스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KPGA 회장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는 회장 개인의 골프 욕구를 채우는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현 또는 향후 KPGA회장이 가슴에 새겨야 할 지적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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