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가 우리집에 오고 1년 후 새로운 가족이 또 생겼습니다. 설이와 똑같이 흰 피부와 동그란 눈이 매력적인 여자 아기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후 그동안 관심을 독차지했던 설이가 혹여나 질투를 하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설이가 듣도보도 못한 개냥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하루종일 엄마아빠를 따라다니는게 일이었고, 잠을 잘 땐 엄마아빠 다리에 꼭붙어 자는 특급 개냥입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문 앞까지 나와 반겨주는 것은 물론이고 무릎 위로 올라와 앉아 쓰다듬어 달라고 머리를 들이대는 애교도 보여줍니다. 그런 설이에게 이전만큼 관심을 써줄 수 없으니 충분히 서운한 감정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설이는 오히려 아기의 스토커 냥이가 됐습니다. 아기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하고, 가는 모든 곳을 따라다니고는 합니다. 고양이는 보통 물을 싫어하는데 아기가 욕조에 물을 받아 물놀이를 할 때면 욕조 위까지 따라올라오는 최강 스토커입니다.
설이는 아기가 태어난 후 문도 열게 됐습니다. 가끔 아기와 분리해두기 위해 방문을 닫으면 문손잡이로 점프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술이 생긴 것입니다. 그만큼 아기가 있는 곳에 항상 같이 있고 싶어하는 최강 스토커입니다.
새로운 장난감이 등장하면 설이와 아기가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촉감놀이를 위해 놀이매트에 튀밥을 깔아주면 설이도 킁킁거리며 같이 놀곤 합니다. 아기의 애착인형은 서로 물어뜯고놀기 바쁩니다. 고양이 장난감 역시 아기의 장난감이기도 합니다. 낚시대를 흔들면 설이가 공중회전을 하며 열심히 잡는데 그 모습을 보고 아기는 꺄르르르 웃곤 합니다. 아기가 웃으면 더 뽐내고 싶은지 이전보다 높이 점프하며 사냥 기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설이와 아기로 인해 웃음이 끊이지 않지만 슬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잠시 외출한 동안 홀로 집에 있던 설이가 아기 치발기를 물어뜯고 놀다가 삼켜버린 것입니다. 놀라서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구토유발제를 먹이고 며칠을 입원시켰는데, 설이가 낯선 병원이 힘들었는지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입원하는 동안 혹시 버린 것은 아닐까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집 개냥이가 병원에서는 사납게 굴었는지 병원에서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이후 우리집에는 모든 치발기를 버렸습니다.
황당한 건 혼자 올라가기는 해도, 내려오는 건 못합니다. 내려오고 싶으면 또 앵앵거리며 엄마아빠를 부릅니다. 그러면 엄마아빠는 의자를 들어 설이를 태우고 엘레베이터처럼 내려주곤 합니다. 매번 내려줘야 하는 게 귀찮지만 의자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안해줄 수 없는 우리집만의 놀이기도 합니다.
이제 아기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설이 꼬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이는 게 신기한지 자꾸 잡으려할 때마다 설이는 피해다니기 바쁩니다. 앞으로 두 아이들이 티격태격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들지만,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길 소망합니다.
김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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