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회사채 막히자 은행창구로 몰린 기업들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2 18:13

수정 2022.06.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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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은행채 19조6930억원 발행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규모 기록
금리 상승 등 은행채 약세 뚜렷
회사채 막히자 은행창구로 몰린 기업들
지난 5월 은행채 발행 규모가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발행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몰렸고, 은행들은 기업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확대한 결과다.

12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들의 총 채권 발행 규모는 19조69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이자 전월 발행액(10조47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산업은행이 7조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조1730억원), 기업은행(1조7600억원), 수출입은행(1조6700억원), 우리은행(1조5100억원), KB국민은행(1조3200억원), 하나은행(1조29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은행들의 통 큰 채권발행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발행한 은행채 규모는 6조3400억원에 이른다.

채권발행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창구 활용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A등급 이상의 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하거나 대기업 계열사만이 회사채 시장을 찾을 정도로 공모 회사채 발행 시장은 얼어붙은 상황이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기업대출은 올해 들어 32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기업 대출은 7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대출의 4분의 1을 넘어간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는 발행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A등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며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최소한 기업들이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창구를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나 SK계열의 A등급 계열사들이 절차가 복잡하고 평판 훼손도 우려되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들이 은행권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모은 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다. 최소 2곳의 신용평가사에서 등급을 받아야 하는 일반 공모채와 달리 P-CBO는 1곳에서만 평가를 받아도 발행이 가능하다.

LCR 규제의 정상화가 진행된 점도 은행채 발행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85%로 완화돼 있는 LCR 규제를 7~9월 중에 90%로 5%p 상향조정하고 이후 분기별로 2.5%p씩 상향조정해 2023년 7월부터는 100%로 정상화시킬 계획이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은행채 가격이 떨어지고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 은행채 약세 경향도 뚜렷해졌다.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은행채(신용등급 AAA 기준) 3년물 금리는 지난 4월 말 연 3.241%에서 5월 말 연 3.359%로 오른데 이어 이달 9일 3.504%를 가리키고 있다. 한달 여 만에 26.3bp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 상승폭(21.4bp)보다 큰 수준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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