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하는 한·미·일 안보 협력, 국제 안보 현안을 둘러싼 미·중의 충돌
北 계속되는 '두더지 게임-회색지대전술' 국제사회 반발 최소화 노려
지속가능한 억제력 위한 후속논의, 중국의 합당한 역할 요구 필요...
[파이낸셜뉴스]
北 계속되는 '두더지 게임-회색지대전술' 국제사회 반발 최소화 노려
지속가능한 억제력 위한 후속논의, 중국의 합당한 역할 요구 필요...
지난 12일 세계 40여개국 안보수장이 모인 아시아 안보회의, 제19차 '샹그릴라 대화'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3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선 주요 안보 현안을 다루는 참가국들의 양자 회담과 다자회의가 이어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타이완 문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등 아시아 역내 안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주요 국제 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동남아 지역 국방장관들과도 만나 역내 안보를 위한 미국의 전략을 언급하며, 중국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오스틴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의 잇단 도발과 미사일 시험에 따라 '한·미·일 안보 협력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스틴 장관은 “우리 국가 안보와 국방 전략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모두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한국, 미국, 일본 간의 안보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함께 우리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확장 억지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북한과도 여전히 미래 외교에 열려 있고, 미래의 침략을 억제하고 격퇴할 완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날 연설에서 북한 핵 위협과 함께 코로나19, 기후변화, 작은 인접국에 대한 큰 나라들의 강압, 미얀마 정권의 잔인성과 폭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도전으로 지목했다.
중국과 관련해선 “타이완 인근에서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군사 활동이 점증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중국의 강압적인 움직임에 대해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안정, 번영을 해치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국이 조약 동맹국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한국 및 필리핀뿐만 아니라 비공식 안보 협의체인 쿼드,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회원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선 한·미·일 3자 회담과 미·한, 미·일, 한·중 양자회담도 잇따라 열려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한·미·일 3국 국방수장은 11일 회담 후 발표한 언론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긴밀한 협력과 공동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12일 '샹그릴라 대화' 마지막 날인기조연설에 나선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위협하는 주요소로 북한 핵·미사일을 꼽았다.
이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국군의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일본과는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현안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기조연설에서 동·남 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비판하며 일본의 방위력 강화 방침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방위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하고 미·일 동맹의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선 바이든 행정부 출범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나 솔직하고 원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타이완과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하게 부딪쳤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국군은 타이완을 분리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중 양국이 타이완 근해와 남중국해에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갈등 악화를 막으려는 노력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2일 오전 8시7분경부터 11시3분경까지 서해상으로 북한의 재래식 방사포로 추정되는 항적 여러 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네 번째이자 올해 들어서만 19번째 도발이다.
이번 도발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일 3국 국방수장이 만나 미사일 경보 훈련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북한도 노동당 전원회의(8~10일)를 개최 남한을 겨냥해 '대적투쟁' '강 대 강' '정면승부' 등의 강경기조를 재확인한 가운데 나왔다.
북한이 이날 쏜 방사포탄의 수는 5발가량이며, 비행거리와 고도는 각각 수십㎞ 수준으로 기종은 구경 300㎜ 미만의 유도기능이 없는 122㎜ 또는 240㎜로 추정돼 일종의 저강도 무력시위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 5일 북한의 18번째 도발 직후에 한·미는 8발의 지대지미사일 발사와 전투기 20대 무력시위 등 강력한 군사력 현시에 나섰고, 북한의 임박한 7차 핵실험 준비 정황에 대해 미국은 전략자산인 B-1B 폭격기를 괌에 전진배치 하는 등 단호한 대응기조를 취하고 있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전략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이 19번째 도발로 서해라는 지역과 방사포라는 무기를 선택한 것은 전형적인 "두더지 회색지대전술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는 토굴 밖에 '한미 군사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가 있음을 인식한 때, 두더지는 반대쪽에 잠깐 구멍을 내고 나왔다가 복귀한 것'으로 묘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이는 억제력 신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 두려워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이 위축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의 반발도 적은 방사포라는 무기체계를 도발의 최적자산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북한의 방사포 사격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도 아니고 방사포엔 핵탄두를 탑재할 수도 없기 때문에 도발은 하되 국제사회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회색지대전술로 읽힌다는 것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이번엔 북한이 서해를 도발 영역으로 선택해 상대적으로 저강도 무기인 방사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 "동해는 주로 신무기 개발 시험장과 전략적 도발의 영역으로 운용하고, 서해는 국지도발이나 기전력화된 무기의 실전운용능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이용되는 영역"이라고 짚었다.
서해 NLL(Northern Limit Line:북방한계선)은 무력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지역으로 오는 6월 29일은 제2연평해전 20주년을 맞이한다. 북한의 서해지역으로 방사포 사격은 이러한 강압 성격의 의도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북한의 방사포 발사는 타이밍 측면에서 샹그릴라 대화 기간 중으로 여러 국가들의 인사들이 모이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이 기간을 도발 효과의 극대화에 유리한 기회로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의 유일한 동맹인 중국도 참가했다는 점에서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전략도발은 역으로 북·중동맹의 결속력을 약화할 수 있는 양면성을 고려하고 장단점을 분석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지만 강압의 성격은 충분히 내포한 회색지대무기로써 방사포를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이번 북한의 저강도 방사포 도발은 한·미의 억제력이 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강화된 억제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 협상장으로 불러낼지에 대한 고민과 혜안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지속가능한 억제력에 대한 후속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면 플랜 B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에 합당한 역할을 주문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