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일주일째 장기화하는 가운데 건설 현장 곳곳마다 레미콘 운송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레미콘 파업이 종료된 지 불과 보름 만에 화물연대 파업이 터지면서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시멘트 공장 앞에는 파업에 나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노동자들이 농성장에 모여 있었다. 시멘트 운송에 한창 바쁜 시간대지만,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지난주부터 오고 가는 차량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시멘트를 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조합원은 부산에만 120여명이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부 비조합원들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비상 수송 인력 확보도 쉽지 않아 시멘트 공장들마다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 시멘트 공장 관계자는 "파업 이후로 수송 차량이 뚝 끊겼다"며 "지난주 주말까지도 공장 앞에 파업 노동자들이 농성했었다. 빠른 시일 내로 파업이 종료돼 공장이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파업이 길어지자 레미콘 업계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레미콘의 핵심 원자재인 시멘트의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사하구 한 레미콘 공장에 출근한 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공장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운송이 대부분 중단됐다.
레미콘 수송을 위해선 시멘트 운송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BCT 차량에 시멘트를 싣고 오면 레미콘 공장 사일로(재고 창고)에 저장되는데, 사일로에 시멘트 재고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과 경남의 경우 레미콘 노동자들은 건설노조 소속이다. 화물연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파업 대상자는 아니다.
지난달 건설노조 소속의 레미콘 노조는 운반비 인상을 두고 파업을 벌인 바 있다.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 교섭은 파업 11일 만에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불과 18일만에 화물연대에서 파업을 알리면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는 모양새다.
사하구 한 레미콘 공장 관계자는 "건설노조와 운반비 인상 협상을 맺어 한숨을 돌리는가 했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터져 걱정이다"며 "레미콘도 문제지만 건설회사들이 제일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산에서 공사가 완전히 중단된 곳은 없지만, 지역 주요 건설 현장 131곳 중 70% 정도가 레미콘 공급이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 대부분의 레미콘 공급이 중단됐다"며 "착공 초기나 준공이 거의 완료된 현장을 제외하고는 타격이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 공정으로 철근 배근, 형틀 작업 등을 선행하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 시 레미콘과 연계된 공정 중단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 간 4차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의 파업 강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화물연대 핵심 관계자는 "잇따른 교섭 실패에 노조의 더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공장 출입로 봉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시멘트 공장 앞에서 만난 노동자 손모씨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 노동자들이 조합 가입률이 낮아 예전에는 파업해도 열기가 크지 않았다"며 "이번 파업은 비조합원들도 함께 가세해 이전과는 아예 다른 분위기다. 반드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쟁취해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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