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그동안 금기시하거나 왜곡돼 온 여성 발달장애인의 '성'을 소재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좋은친구들은 23일부터 25일까지 광주 동구 미로극장(구 궁동예술극장)에서 연극 '별을 위하여'를 무료 공연한다고 13일 밝혔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초연하는 이 작품은 보수적인 가치관 속에서 왜곡돼 온 여성의 성적욕구와 발달장애 여성이 겪는 성 문제를 다룬다.
주인공 수희는 오래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중증발달장애인인 딸 혜성을 홀로 키우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능지수를 지닌 혜성은 수희가 평생을 걸고 지켜야 할 그녀의 모든 것이다.
아이가 열일곱이 된 어느 날, 수희는 우연히 혜성이 자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자가 '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음탕하고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온 수희에게 평생을 아홉 살로 키워온 딸의 이런 변화, 아니 성장은 너무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작·연출을 맡은 배시현 작가는 "많은 이들이 성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말하지만 유독 '여성발달장애인'에게는 신체적·정신적 위협의 요소가 된다"며 "이들의 안전을 위해 행해져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극은 문제에 대한 해결과 결론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여기 이런 현실이 존재한다고 알리기 위한 이야기이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이 현실에 대한 보다 원론적인 의문을 마음에 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인공 진수희 역에는 광주연극제에서 4회 이상 연기상을 수상한 광주의 베테랑 배우 정경아가 출연한다.
딸 임혜성 역에는 김한빈, 조카를 두고 언니와 갈등을 빚는 진주원 역에 이지은, 혜성과 같은 아픔을 안은 동생을 두고 있는 윤한선 역에는 극단 좋은친구들의 대표 김정규가 나선다.
이 작품은 지난 2019년 국립극단의 희곡우체통에 선정돼 낭독극으로 호평을 받았다.
배시현 작가는 희곡 '별을 위하여'를 비롯해 서울문화재단 10분 희곡페스티벌 단막극 선정작 '필모그래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장웹진 수록작 '어떤 경기' 등을 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아르코 뮤지컬 아카데미 8기 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는 CJ 문화재단의 창작뮤지컬 지원사업 '스테이지업'에 선정돼 작품 개발 중이다.
극단 좋은친구들은 지난 2014년 작은 이야기에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창단했다.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 중견배우부터, 광주지역의 새내기 젊은 연극인들까지 다양한 세대의 연극인들이 뭉쳐 광주 연극문화 활성화를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연극 '별을 위하여'는 극단 좋은친구들의 창단 8주년을 맞아 무료로 기획했다.
23일과 24일 오후 7시30분, 25일 오후 3시, 7시 반에 미로극장 2관 3층에서 공연한다. 예매문의는 전화나 '별을 위하여' 인스타그램 DM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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