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검찰개혁 입법에서 1등 공신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내 '처럼회'가 해체론에 휩싸였다. 대선과 지방선거 2연패에 대한 책임론으로 민주당 내 계파주의가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자 해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당내 이낙연계로 분류됐던 광화문포럼이 자진 해체를 선언하면서 계파 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고,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과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 간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 혹은 지지층을 가리키는 명칭) 논쟁을 통해 처럼회 해체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처럼회'의 활동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이미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국면을 비롯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합리적 중도층을 잃어버리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것이 비판의 주요 요지다.
이에 맞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주요 지지층이 요구했던 개혁 입법 과제에 앞장서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입법 과제를 처리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우지 않았느냐는 반박이다.
당내에서도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같은 모임 자체가 계파로 작용한다는 지적과 당내 개혁을 위해서 모임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당내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평련, 민주주의 4.0, 더 좋은 미래, 처럼회 이런 등등 (모임)이 계파로 작용을 하는데, 마치 공부 모임 하는 것처럼 둔갑을 했다"며 "(비상대책위원장이) 공부 모임으로 둔갑한 계파들에 대해 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특정 정치인의 이익과 무관하게 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세력(정파)이 존재하고, 더 많아지도록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며 "그것이 처럼회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나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면서 그나마 존재하는 처럼회를 해체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처럼회 해체 요구를 더 키우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당내 여러 모임 자체가 특정 세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처럼회는 친이재명(친명)계와 처럼회 해체를 요구하는 쪽은 반이재명계와 움직임을 같이하고 있다.
여기에 당내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이들과 결을 같이하고 있는 세력들은 친명계가 낙인찍기 등 열성 지지층의 훌리건 적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서 "대선 후 의원님들은 개딸이라 자칭하는 분들의 문자를 많이 받고 있는데, 도를 넘어선 분들이 많다"며 "이재명 의원님의 팬덤 중 일부 정치 훌리건이 주도하고 있고 가장 먼저 정치 훌리건을 없애기 위해 나서야 할 분들이 바로 이재명 의원님과 측근 정치인들이다. 그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모임이 처럼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해체론에 생뚱맞다는 의견이다. 또 친명계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지금까지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를 해체 선언하고, 영구처럼 '계파 없다' 이러면 잘못된 계파정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생뚱맞게 정치 훌리건, 친명계 이야기하면서 '처럼회 해체하라'는 말까지 나오면 무슨 토론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내 분란이 커지고 있는 것과 달리 처럼회가 실제로 해체를 선언하거나 다른 길을 모색할지는 미지수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국회의원 모임은 국회의원이 자발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모인 것"이라며 "해체도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지 모임 외의 사람이 해체하라 말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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