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첫 직장이어서 책임감을 갖고 일했었는데…."
회계학을 전공한 고(故) 엄모씨(32·여)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은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엄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업무에 열중했다.
엄씨의 오빠는 "동생은 책임감이 강해 퇴근 후에도 수험생처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회생·파산 분야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고, 늦은 시간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뢰인들의 상담에 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 방에 빼곡히 꽂힌 책, 책에 적힌 글자와 별표, 밑줄 등을 보고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을 알게 됐다. 이렇게 열심히 한 줄 몰라 너무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엄씨의 오빠는 "방화 용의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웠겠지만 내 동생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다"며 "그 재판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데 이런 일을 당해 더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나기 전 메신저로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조카에게 미끄럼틀 사줘야 하는데'였다"며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일찍 떠나보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의 7층짜리 법무빌딩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엄씨는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쯤 재판에 앙심을 품은 천모씨(53·사망)의 방화로 직원 등 5명과 함께 안타깝게 숨졌다.
천씨는 대구 수성구의 한 재개발지역 사업에 투자했다가 분양 저조 등으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을 받기 위해 그는 2016년부터 재개발사업 업무대행을 수주한 정비사업 대행업체와 신탁회사를 상대로 고소했고, 수년에 걸쳐 진행된 송사와 재판 등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상대측 법률 대리인인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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