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쟁탈전 논란에 논의 못해
혁신위 인적 구성도 난항 겪어
배현진 "이미 판 짜놓고" 반발
李 "혁신위로 당 장악?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당권 쟁탈전' 논란을 불러일으킨 혁신위원회가 운용 방향의 가닥을 쉽게 잡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의 안철수 의원과도 주도권을 둘러싼 날선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혁신위 인적 구성도 난항 겪어
배현진 "이미 판 짜놓고" 반발
李 "혁신위로 당 장악? 아니다"
국민의힘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를 처음으로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반도체 특강'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체적인 혁신위 인선 및 운영방향 등을 논의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의총이 끝난 후 출연한 방송 인터뷰에서 혁신위에 대한 각종 비판을 강하게 일축했다. 그는 "혁신위로 (제가) 당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수많은 모순 속에서 저를 공격하다 보니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혁신위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고 비판한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도 '스텝이 꼬였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배 최고위원은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아직 출범하지 않은 조직인데, 여러 의제가 공개돼버렸다"며 "이미 판을 짜놓고 (출범을 하게 돼서) 인사(혁신위원)를 추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지난 2일 최고위에서 혁신위 출범에 뜻을 모을 당시엔 혁신위 의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 대표가 갑자기 '공천개혁'을 혁신위 첫 의제로 꺼내들어 혼선이 왔다는 주장이다.
혁신위 인적 구성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고위원들은 각각 1명씩 총 9명의 혁신위원 후보자를 추천하고, 위원장이 5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기로 했지만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위원장이 초선인 최재형 의원인만큼 원내 혁신위원을 초선 의원들 위주로 꾸리기로 했지만, 혁신위가 그 자체로 논란이 커지면서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배 최고위원이 추천해 참여하기로 한 정희용 의원도 최근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와 강하게 충돌했던 정진석 의원은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깊이있는 논의는 추후 과제로 넘겨진 모양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와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만하자"고 말을 아끼며 "집권여당이니, 국정과 민생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혁신의 방향이나 내용들은 납득할 수 있는 혁신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 추천 문제를 두고 안 의원과 대치하고 있다. 안 의원이 추천한 두 인사(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재고를 요청하면서다. 특히 이 대표는 '친윤'으로 분류되는 정점식 의원에 대해, 안 의원이 대통령과 가까운 그룹과의 연대를 꽤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안 의원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의원들이 다 대통령, 정부와 가까운 사람들 아닌가. 옳은 판단 같지 않다"고 반박해 향후 갈등이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출신들만 고집하는 것 자체가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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