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773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민간 사료업체가 불복 소송을 내 최종 승소했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들의 개별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구체적 합의를 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대한사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 명령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민간 사료업체 11개사에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배합사료 제조·판매 업체인 대한사료 등 11개사는 2006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 각 회사 사장과 부문장으로 구성된 '사장단 모임'을 갖고 업계 동향, 배합사료 가격, 인상·인하시기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 또 각사별 축종별 모임을 통해 다른 사료업체의 판매가격 등과 관련된 정보 교환이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주요 영업정보는 11개사 대표이사나 영업 당담 임원 등에게 보고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정보교환행위를 통해 사료 가격의 축종별 평균 인상·인하폭과 시기를 총 16회에 걸쳐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다며 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공동행위'로 보고 2015년 9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가 배합사료 업체 11곳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773억3400만원이다.
이 사건은 배합사료 동종 업계 11개사가 정기적 사장단 모임을 갖고 정보를 교환한 것을 '가격 결정에 관한 개괄적인 합의'로 볼 수 있는가가 쟁점이었다. 공정위 처분 불복소송은 2심제로 진행된다.
1심은 "대한사료 등 11개사 사이에 상호 의사연결을 전제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국내 배합사료 시장은 품목과 종류, 할인율 등에 따라 다양한 경쟁 요소가 있는 차별화된 제품 시장으로, 특히 농협이 시장 원리와 무관하게 배합사료 시장의 가격 설정에 선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사건 원고들인 민간 배합사료 업체 11곳의 총 시장점유율은 2013년 기준으로 40.1%이나, 각 사별로 보면 1.4%부터 최대 6.9%까지로 농협(32.8%)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즉, 시장 영향력이 큰 농협이 있는 만큼 11개 업체가 각자 판매하는 제품에 관한 가격 정보교환 행위를 넘어 가격을 결정, 유지, 변경하는 의사 합치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 1심 판단이다.
1심은 또 '농협을 상대로 민간 사료업체들의 가격 대응을 위한 모임으로 여기서 가격 등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공정위 주장에 대해 "이들이 가격 인상수준에 관한 포괄적 정보를 교환하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인 합의를 했다는 자료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고 등 11개사가 논의한 가격수준에서 인상·인하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물량 배분 방안이나 기타 방법론에 관해 논의를 했다거나 해당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준수했는지 확인하거나 제재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상고기각했다.
또 다른 업체인 팜스코, 하림홀딩스, 하림지주(합병 전 제일홀딩스) 등 3개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 역시 같은 결론을 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 역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배합사료의 품목과 종류가 매우 다양해 각 품목별로 공동으로 가격을 정하는 합의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농협의 가격결정이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원고 등 11개사의 공동행위 만으로는 유의미한 담합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상고기각했다.
한편, 과징금 처분을 함께 받은 CJ제일제당 등 6개 업체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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