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도로 달리다 멈춘 폭스바겐 차량
'차량결함vs문제없어' 고장 원인 두고 공방
입증책임 버거운데, 법원 감정·증인 소극적
'차량결함vs문제없어' 고장 원인 두고 공방
입증책임 버거운데, 법원 감정·증인 소극적
【파이낸셜뉴스 군산=강인 기자】 전북 군산에서 차량 고장 원인을 두고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60대 치과의사가 있어 관심이 쏠린다.
치과를 운영하는 A씨(61)는 5년째 독일 유명 자동차 생산업체 폭스바겐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은 폭스바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A씨 소송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지난 2010년 폭스바겐 공식대리점을 통해 골프(6세대) 차량을 구입했다. 문제는 2017년 7월15일 장맛비가 내리던 날 생겼다. A씨가 차량을 몰고 군산 한 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멈춰선 것이다. 자칫 연쇄추돌에 따른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차후 밝혀진 차량 고장 원인은 선루프 드레인호스(배수관)가 빠지며 빗물이 차량 내부기관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선루프로 스며든 빗물이 배수관을 타고 빠져나가야 하는데 호스가 빠져 엔진룸으로 스며들어 고장이 난 것이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에 A씨는 분개했다. 그때부터 사과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활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땐 이렇게 오래도록 힘들고 상처받는 싸움이 될 것을 알지 못했다.
A씨는 먼저 해당 차량 판매점을 찾아 항의했다. 하지만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판매점 측에 상처를 받았다. 사고 차량을 전시장 앞에 세워두고 시위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폭스바겐 측은 사고 원인이 차량결함이라고 주장하는 A씨에게 입증책임을 물었다. 고도의 기술로 생산된 자동차 결함 원인을 찾는 것은 개인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A씨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손을 내밀었다.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검사와 결함조사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조사에 들어간 공단은 '제작결함이 아니다'고 결정 내렸다.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씨는 공단에 결론에 도달한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 입장에서는 결함 원인 입증책임이 있지만 정확한 차량 관련 자료는 받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싸움은 법적분쟁으로 이어졌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과 BMW 화재 사고 등을 맡으며 자동차 관련 소송을 다수 담당한 변호사를 찾아 소송을 맡겼다.
법정공방을 벌이는 현재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배수관 호스가 빠진 원인이다. A씨 측은 차량 제조공정에서 호스 결합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폭스바겐 측은 차량 출고 뒤 설치한 블랙박스 부착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 차량 선루프 드레인호스는 6세대에서 7세대로 넘어가며 일체형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호스가 빠질 수 없도록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A씨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너무 소극적인 거 같다"면서 "폭스바겐에서는 자료를 내놓지 않고, 교통안전공단도 관련 자료를 주지 않아 재판부에 감정신청과 증인신청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기각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길어지는 것은 괜찮다. 차량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여러 방면으로 검증해 정확한 사실을 밝히고 싶다"며 "재판에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문제 차량 외에도 여러 대의 차가 있다. 치과의사로 수십 년을 일해 돈이 궁한 것도 아니다"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거대 기업과 개인 간 분쟁이 일어나면 결과가 뻔한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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