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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구하러 갔는데 ‘퍽’…폭행 시달리는 구급대원들

뉴스1

입력 2022.06.18 08:01

수정 2022.06.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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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1) 양희문 기자 = # 지난달 30일 낮 12시45분께 경기 파주시 한 인도 위에서 40대 남성 A씨가 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넘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씨의 상태를 확인하려 다가갔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며 위협적 행동을 했다. 이후 현장에 온 경찰관에게까지 그는 폭행을 가했다.

# 지난해 8월19일 오후 11시14분께 의정부시에서 한 구급대원이 이송하던 환자 B씨에게 얼굴을 두 차례 가격 당했다. “왜 빨리 병원에 가지 않느냐”는 B씨의 닦달에 구급대원은 “격리실이 있는 병원을 찾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협조를 구했지만, B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구급대원을 때렸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구급대원들이 욕설과 폭행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강화 등 여러 대책이 마련됐지만 시민들의 의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경기도북부재난본부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2019년 15건, 2020년 20건, 2021년 16건 등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의 82.4%(42명)는 술에 취한 사람이었고, 단순 폭행은 7명(13.7%), 정실질환자는 2명(3.9%)이다.

폭행 장소는 구급차 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외부 폭행은 32건(62.7%), 내부 폭행은 19건(37.3%)으로 집계됐다.

현행 소방기본법상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을 폭행해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처벌된 사례는 전체의 52.9%(27건)에 불과했다. 처벌마저 약해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한 명도 없었다. 벌금 14건, 집행유예 12건, 기소유예 1건 등으로 끝났다. 나머지 가해자들은 수사 중이거나 합의로 처벌을 피했다.

폭행 사건 대부분이 주취자에 의해 발생하면서 심신미약 등이 적용돼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올해 1월20일부터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돼 가해자가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고 해도 소방공무원에 대한 범죄에 대해선 감형 사유가 적용되지 않도록 법이 개정됐다.

문제는 처벌이 강화됐지만 시민 의식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실제 2018년 취객에 의해 폭행과 폭언 등을 당한 뒤 뇌출혈로 숨진 고(故) 강연희 소방경 사건 이후 구급대원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과 법안이 마련됐지만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선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을 폭행해선 안 된다’는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폭행 근절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사회적 인식 변화는 느리다”며 “구급대원이 폭행 피해로 구급활동에 제한이 생기면 그만큼 구조활동 기회를 놓치게 된다.
사회적 분위기를 다 함께 만들 수 있게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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