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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유럽보다 경제제재 더 잘 견뎌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8 08:13

수정 2022.06.18 08:13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는 러시아보다 유럽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주장했다.

서방이 러시아에 사상최대 규모의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잘 견뎌내고 있다면서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유럽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러시아 경제에 관한 어두운 전망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같은 제재는 되레 유럽 기업들에 더 큰 충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FT는 푸틴의 이같은 주장은 지금까지 공개된 추정치와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푸틴 "서방 경제적 블리츠크리그, 유럽에 부메랑"
푸틴은 서방의 경제제재를 2차대전 초 전차 등 기갑전력을 앞세운 독일의 전격전, 이른바 '블리츠크리그'에 빗댔다.

그는 "경제적 블리츠크리그는...결코 성공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서 "무기화한 경제제재는 양날의 칼이다...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충격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를 동결하고, 국제은행간 결제시스템인 스와이프(SWIPE)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제외시켰으며, 러시아에 대한 수출·입 제한에 나섰다.

푸틴은 이날 연설에서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친러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병합하는 등 침공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병합 의지 재확인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일으킨 것이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목을 죄는 바람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일으킨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고 주장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미국 등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일본이 전쟁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푸틴은 러시아 군인들이 이 강요된 전쟁 속에서 전투에 참가해 부상당하고, 목숨까지 잃었다면서 이들이 지키려고 했던 러시아인들의 이익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대안은 없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자들도 러시아의 일원이 되겠다는 점을 확인했다.

러시아는 이들 분리주의자들을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이끌도록 임명한 바 있다.

푸틴은 러시아가 "그들이 내리는 어떤 결정도 존중할 것"이라면서 동부 돈바스와 남부 크름반도를 잇는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러시아가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나아가 이전 소련 영토 전체가 "역사적으로도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했다.

러 경제충격 심각
푸틴이 서방의 경제적 블리츠크리그가 되레 유럽에 더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제기구들의 전망은 다르다.

유럽도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는 더 큰 충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4.3%보다 1.7%p 낮은 2.6%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2.5%에서 1.6%로 낮췄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보다 더 급격한 둔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올해 GDP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던 OECD는 지금은 러시아가 10%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1.6% 성장에서 4.1% 마이너스 성장으로 수정했다.

한편 푸틴은 유럽연합(EU)은 군사동맹체가 아니어서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를 EU 회원국 후보로 공식화할 것을 권고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탄력을 받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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