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지소미아, 2급 비밀 주고받는 협정
한국, 34개국과 지소미아 체결해 발효
박근혜 탄핵 전 미일 압박에 체결 완료
한일 관계 악화 과정에서 종료될 위기
미국 개입으로 부활…비정상 운용 중
미국 미사일방어, 자위대 개입 등 우려
이에 따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어떤 협정인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체결됐는지, 그리고 향후 한미일·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은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에 군사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이다.
협정이 체결됐다고 해도 양자 간 정보들이 상대방에 무제한 제공되지는 않는다.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사안별로 엄밀한 검토를 거쳐 동일한 수준의 비밀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다른 나라와 군사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포함해 34개국, 국제기구 중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약정을 맺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 또는 약정을 체결한 33번째 국가다. 한국은 이후 2019년 9월 태국과 협정을 맺어 체결국은 34개국으로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21개국과는 정부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됐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13개국,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국방부 간 군사정보보호약정을 체결했다.
일본 외 국가·기구와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 또는 약정에서는 유효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거나 5년으로 정해져있다. 반면 일본과의 협정은 방식이 다르다. 일본과의 협정 유효기간은 1년이다. 기한 만료 90일 전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2016년 11월23일 체결됐다. 이는 한일 양국이 맺은 최초의 군사 협정이다.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유래는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1987년 미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고 1989년 일본에 같은 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한일 간에는 협정 체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지 않았다.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북한 도발이 고조되면서 이번에는 일본이 먼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제안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일이 발생했다.
2010년 10월 일본 외무상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공식 제안했다. 2011년 1월10일 한국을 찾은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은 김관진 국방장관과 협정을 조기에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1년여간 협정 초안 검토를 거쳐 2012년 4월23일 한국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 외무성 아시아국 동북아과장과 협정에 가서명했다.
2012년 6월29일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와 일본 겐바 코이치로 외무대신이 양국 정부를 대표해 공식 서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명 약 1시간을 남기고 한국 정부 요청으로 체결이 연기됐다.
당시 통합민주당(민주당)과 새누리당이 협정 체결 절차를 문제 삼았다. 국회의 문제 제기와 함께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서명식 1시간 전에 서명을 전격 취소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부활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던 미국 정부가 더는 참지 못했다. 미국은 2016년 4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협정을 연내 체결하라고 종용했다.
결국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 상황에 통과됐다. 미국과 일본은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 등을 통해 강력하게 압박했다. 협상 재개 발표 20여일만인 2016년 11월23일 협정이 체결됐다.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을 대표해 협정에 서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2급 이하 군사 기밀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안을 지킬지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담고 있다.
이강경(합동군사대)이 발표한 '한일 GSOMIA의 군사적 함의 고찰' 논문에 따르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21개 조항으로 구성돼있다. 군사 정보의 전달·보관·파기·복제·공개 등에 관한 절차가 담겨있다.
군사 비밀이란 '당사국이 생산하거나 보유한 국가안보 이익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 관련 모든 정보'다. 한일 양국이 교환할 수 있는 정보는 한국의 경우 군사 2급 비밀(Secret)과 3급 비밀(Confidential), 일본은 극비·특정비밀(極秘·特定秘密, Secret)과 비(秘, Confidential)다. 양국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가 교환 대상인 셈이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서 한일 양국은 미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 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정보수집위성과 이지스함, 지상레이더, 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등 감시·정찰자산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한다. 한국은 탈북자나 북중 접경 지역 인간 수집 정보(Human Intelligent, 휴민트), 군사분계선 일대 감청 수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일본과 공유한다.
난산의 보람도 없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약 2년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2018년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은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신일본제철) 배상 책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일본 제철기업 신일철주금에 1942~1945년 가마이시 제철소와 야하타 제철소 강제노동 피해자 7명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이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위반했다며 반발하며 보복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1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했다. 수출 규제 주요 대상 품목은 반도체 분야와 디스플레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이었다.
이들 3대 품목은 반도체 분야에서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었다. 수출 규제 조치가 본격화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이었다.
일본의 이 같은 공세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같은 해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3자 정상 회동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의도적으로 훼방을 놓으려 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아울러 당시는 일본 참의원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반한 감정을 자극하려는 일본 자민당의 선거 전략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한국 정부도 가만있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최대 수혜자이자 체결을 종용했던 미국 정부에 일본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협정을 연장할 수 없다고 수차례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재나 대일 설득에 나서지 않았다.
정치적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한 한국 정부는 2019년 8월22일 안보상 민감한 군사 정보를 일본과 교류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지소미아는 양국 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인데, 일본이 이미 한·일 간에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이 상실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진심으로 편견 없이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었고 이러한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으며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미국이 뒤늦게 개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협정 종료 결정이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19년 11월22일 협정 종료 통보 효력 정지를 하며 물러섰다.
이에 따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극적으로 부활했다. 다만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잠정적으로 지소미아 종료를 정지한다는 의미"라며 "언제라도 이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이러한 경우 지소미아는 그 날짜로 다시 종료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어떤 이점이 있기에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것일까.
이 협정 체결 자체가 미국의 압박하에 이뤄졌다. 이 협정은 동북아 세력 구도와 밀접히 관련돼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일 양국의 정보 능력을 상호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국 레이더의 경우 미사일 상승 국면을 포착하지만 낙하지점은 감시가 제한된다. 반면 일본은 북한 미사일의 낙하지점을 탐지할 수 있지만 최초 상승 국면 정보 수집 능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이 탐지할 수 있는 상승국면과 낙하지점의 정보를 상호 교환한다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나아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 전개를 군사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이 협정이 미군의 신속 전개 억제 전력과 전투력 증강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이 협정은 전면전으로 확대 시 시차별 부대 전개 제원에 의한 미군과 일본 자위대 전시 증원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와 연계돼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한일 간 북한 핵에 대한 정보 교류가 이 협정의 주목적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실은 이 협정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연계돼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미사일 방어(MD) 체계 구축 과정에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정보 보호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이 쏘는 미사일이 날아오는 궤적을 파악하려면 일본에 배치한 레이다 외에 한국에 또 하나의 레이더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레이다 정보를 교환해야 했다. 이에 미국은 한국에 사드 레이다를 배치하고 유사시 중국과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려 했다. 한미와 미일 간 실시간 정보 교환에 더해 한일 간에도 실시간 고급 군사정보 교환체제를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일본 자위대에 날개 달아주는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이라는 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MD체제 구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 사드 레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자체적인 탐지 추적 정보도 MD체제와 통합돼 나갈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가 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런 불만이 해소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한국보다 일본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세종연구소에 기고한 '한일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과 한국의 대외전략 방안' 보고서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시 일본의 요구로 발사 위치와 비행 궤적을 일본에게 알려줬고 우리가 독보적으로 갖고 있는 소중한 인간정보도 줬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받은 것은 일본 방향으로 미사일이 날아갔을 때 낙하지점 정보 정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사죄와 반성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에 군사대국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한국 전시 작전통제권을 미군이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미군 요구에 따라 일본 자위대 파병이 현실화될 수 있다. 지상군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일본 자위대와의 연합 작전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국이 대가를 치르도록 한 측면이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직결돼있다. 한미일이 뭉치면 북중러와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 이 경우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고 남북한 통일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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