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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밀면, 피란음식에서 지역 대표음식으로 재탄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5 09:00

수정 2022.06.25 09:00

물밀면 /사진=조용철 기자
물밀면 /사진=조용철 기자

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파이낸셜뉴스] 조선시대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겨울철에 집밖 항아리에 담겨 있는 꽁꽁 언 동치미 국물에 국수 뿐 아니라 과일과 채소 등 갖은 고명을 넣은 면 요리가 소개돼 있다.

이처럼 기록 속에 적혀 있는 요리들이 오늘날 우리가 즐겨 찾는 냉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이후 냉면을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밀면은 냉면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냉면과 밀면 모두 크게는 육수, 면, 고명으로 구성됐다.
냉면과 밀면의 육수 제조에는 쇠뼈, 사골, 돼지뼈, 닭뼈 등이 사용된다. 밀면은 크게 비빔밀면과 물밀면으로 분류되는데 이같은 점 역시 밀면이 냉면에서 파생된 음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만든다.

다만 냉면의 면이 메밀이나 고구마 또는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밀면의 면은 대부분 중력분 밀가루를 이용한다. 냉면과 밀면을 구분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양념이다.

밀면에는 냉면에 비해 다진 양념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특히 다진 양념이 거의 쓰이지 않는 물냉면과 달리 물밀면에도 이 양념이 많이 들어간다.

이처럼 양념을 많이 첨가한 이유 중 하나는 경상도 사람들의 입맛과 기호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밀면은 냉면보다 훨씬 매콤하며 달고 짠 자극적인 맛을 보여준다.

부산 황령산전망대에서 여행객들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부산 황령산전망대에서 여행객들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밀면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밀면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피란민들에 의해 탄생된 음식이라는 주장이다.

냉면의 주재료인 감자전분이나 메밀가루는 이북 지역에선 흔한 음식재료였지만, 남쪽 지방인 부산에선 손쉽게 구하기 쉽지 않은 재료였다. 이로 인해 부산에서 판매되던 냉면 가격은 상당히 고가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구호품으로 밀가루를 피란민들에게 대량으로 배급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밀가루를 이용해 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냉면집에서 면 재료를 밀가루로 바꾼 또다른 이유는 주고객층이던 부산 사람들이 냉면의 질긴 식감을 별로 선호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값싼 냉면’으로 불리기도 했던 밀면은 피란시절 피란민의 향수를 달래주던 음식으로 고단하고 허기진 서민들을 위로해 주는 지역음식으로 재탄생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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