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실적 시원찮다" 바이오 투자·주식 급랭… 벤처 침체 경고등 [돈줄 마른 바이오벤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9 18:18

수정 2022.06.19 18:18

1분기 투자비중 19.5%로 줄어
유통서비스 업종에도 추월 당해
VC·IB 일부선 '투자 자제' 지시
"유명업체 외에는 고사할 것" 전망
"실적 시원찮다" 바이오 투자·주식 급랭… 벤처 침체 경고등 [돈줄 마른 바이오벤처]
"바이오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지난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바이오·제약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며 벤처·스타트업 열기를 주도했던 업계의 분위기가 최근 급랭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오 관련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대형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았지만 투자 열기를 이어가는 데는 실패한 모습이다. 돈줄이 막힌 바이오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업계 전반에 자산 건전성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바이오 분야에서 시작된 '돈맥경화'가 자칫 벤처·스타트업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바이오 업계 투자가뭄

19일 벤처캐피털(VC)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기피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IB 업계가 바이오벤처 업체들의 실적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파이프라인(치료제 후보물질 개발군) 상업화 지연 등의 이유로 바이오 투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재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IB업계 내부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투자사는 바이오 분야 투자는 자제하라는 지시도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바이오 벤처기업의 관계자는 "지금은 바이오 스타트업 중 이름이 많이 알려진 기업들이나 투자를 받고 있다"면서 "이름 없는 신생 스타트업은 투자유치가 수십배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이 냉랭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유니콘경영경제연구소장)는 "벤처 투자시장과 직결되는 것은 엑시트(투자회수) 시장"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바이오가 주식시장에서 높게 평가됐던 분위기가 올 들어서는 급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올해 1·4분기 업종별 벤처투자 비중 기준으로 바이오·의료는 19.5%로 유통서비스(20.6%) 업종에도 추월당했다.

■투자회수 방안 다각화돼야

일부 유망한 바이오 업체 외에는 고사할 것이란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VC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밸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임상도 시작 안한 단계인데 밸류가 벌써 1000억원이 넘어가는 바이오 회사가 몇몇 존재하고, 그 외 업체들은 밸류 300억원 이하에서 경쟁하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오 투자 분야에선 업체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기존 투자기관들이 바이오기업의 가치를 과다하게 높게 잡는 바람에 상장 이후 무안해지는 사례가 다소 발생했다"면서 "이 때문에 거래소가 바이오 상장심사를 강화한 데 이어 바이오업체 상장심사의 방향성 개선에 나서 바이오업체들의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바이오 분야에서 시작된 자금난이 벤처·스타트업 업계 전반의 침체를 불어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선 상장 이외의 엑시트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 교수는 "바이오기업이 꼭 상장을 해서 엑시트를 하기보다는 임상 중간단계에서 라이선스를 파는 '라이선싱 아웃' 등의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면서 "투자자에게 구체적이면서 단기적인 계획 제시로 확신을 줘야 투자가 가능하다.
과거와 같이 막연한 투자는 이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 감소를 일시적으로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화제성이 한풀 꺾이면서 VC들이 바이오 이외의 분야로 시야를 확대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김동규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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