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신건웅 기자 = “앞으로 초거대 AI(인공지능)는 IOS, 안드로이드 같은 하나의 운영체제(OS)처럼 우리 삶 속에 자리잡을 것입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지난 1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LG그룹의 초거대 AI ‘엑사원’의 궁극적인 목표로 대중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꼽았다.
그는 “예를 들어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위한 동화를 써주고 싶다고 느꼈다면 초거대 AI에 몇 가지 가이드만 주면 문장을 생성해서 금방 한 편의 동화를 얻을 수 있다. 법률이나 의료지식 등을 몰라도 초거대 AI에 질문하면 전문가 수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며 “미래사회에선 AI가 인간과 밀접하게 협업하며 우리가 하는 일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초거대 AI가 대중화되면 관련 생태계나 애플리케이션이 다변화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초거대 AI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초거대 AI를 포함한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4년 7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구글 등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미래 화두로 일제히 AI 생태계 구축을 꼽고 공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배 원장은 “과거 코닥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파산했듯,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기술 개발에 뒤처지면 생존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며 “AI 중심으로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 속도가 2000년대초 디지털 전환 시기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LG는 글로벌 제조기업 중에선 AI 투자에 발빠르게 나섰다.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AI를 내세우며 2020년말 LG AI 연구원을 설립했고 출범 2년도 되지 않아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선보였다. 초거대 AI란 인간의 시냅스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인공신경망 파라미터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린 AI로, 우리가 흔히 아는 ‘알파고’보다 수천 배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엑사원이 갖춘 파라미터 수는 무려 6000억개에 달하고, 조 단위 파라미터도 계획 중이다.
빅테크 기업 진격 속에서도 LG그룹이 빠르게 AI 산업 진용을 갖춰나갈 수 있던 배경에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있었다. 배 원장은 출범 당시 구 회장이 제시한 ‘실패해도 좋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라’는 비전을 언급하며 이를 구 회장이 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도전을 하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지만,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계속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연구자들이 ‘AI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게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LG의 ‘AI 이정표’는 창조성에 있다. 엑사원을 뇌에 장착한 LG의 AI 휴먼 ‘틸다’가 제작한 이미지는 얼마 전 수십 벌의 옷이 되어 뉴욕 패션 위크에 공개됐다. 한 미국 명문 디자인스쿨도 LG의 초거대 AI가 만들어내는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며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른 결과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배 원장은 “초거대 AI의 가장 큰 특징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중에게 AI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쉽게 인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패션 분야가 팬시(화려한)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거대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에도 나섰다. 올해 초 구글, 우리은행 등 국내외 13개 기업이 모여 출범한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ExpertAI Alliance)’가 그 주인공이다. IT·금융·교육·의료·제조·통신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지닌 기업들이 모였다. 배 원장은 “지금까지 여러 전문영역에 대해 그때그때 별도로 데이터를 모아야 했다면 얼라이언스 발족으로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나온 데이터와 지식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LG 계열사와의 협업도 지속해서 늘려나갈 예정이다. AI를 통해 효율이 좋은 배터리·디스플레이 발광 소재를 빠르게 발굴하거나, 업계 특허 내용을 단숨에 훑어 연구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식이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다시 AI에 학습시키면 웬만한 사람의 지식을 넘어서는 ‘전문가 AI’가 탄생한다. 배 원장은 “이렇게 다양한 계열사와 다채로운 문제를 풀어가는 AI 조직은 전 세계적으로 저희 말곤 없다”며 “LG 안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단계”라고 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AI 인재 육성에도 나섰다. 배 원장은 “현재 캐나다 토론토, 미국 미시건주에 AI 연구원 해외 거점을 두고 있는데, 시애틀을 비롯한 미국 서부까지 거점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룹 내에 AI 대학원을 만들고 대학생 육성 프로그램인 ‘LG 에이머스’를 실시하는 등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또 연세대, 서강대 등 국내 주요 대학과 손잡고 채용계약학과를 신설해 AI 인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인재 확보 방침의 효과도 나오고 있다. LG AI 연구원의 직원 수는 2020년 말 출범 시기와 비교해 2배 넘게 늘었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AI 인재 확보·육성에 2023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1000명의 AI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배 원장은 오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개최되는 '뉴스1 미래산업포럼(News1 Future Industry Forum 2022)' 기조연설자로 나서 초거대 AI 생태계 조성과 필요성에 대해 강연한다.
이날 포럼에선 메타버스부터 모빌리티, AI, 로봇까지 다양한 미래 산업 전문가들이 새로운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혁신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배 원장 외에도 남궁훈 카카오 대표,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이 기조연설을 한다.
◇배경훈 원장 프로필
▲1976년생 ▲미국전기전자기술자협회 IEEE 심사위원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 등재 ▲국제인명센터 IBC 올해의 국제과학자상 ▲LG유플러스 AI플랫폼 담당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 단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SNU-LG AI 리서치 공동센터장 ▲LG AI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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