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잡지 인터뷰 통해 '흥미로운 골프 이야기' 보따리 풀어놔
[파이낸셜뉴스] "수영이나 달리기는 몸만 사용하면 되는 운동입니다. 축구 농구 등 구기종목들은 볼을 갖고 하는 운동이지만 골프는 동반자를 비롯해 클럽과 볼이 잘 어우러져야만 즐길 수 있습니다. 클럽도 14개인데다가 시시각각 기후조건이 변하는 자연 속에서 즐기는 운동이다보니 변수도 무한에 가깝다고 할 수가 있죠. 골프가 흥미로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박준희 아이넷방송그룹 회장(이학박사)은 최근 모 골프잡지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골프만큼 고령자들에게도 편안한 운동은 없다며 "트로트와 골프 덕분에 행복한 요즘"이라고 골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박 회장은 중장년층을 위한 전문 음악방송사 아이넷TV방송 창업주다. 아이넷TV방송은 대한민국 대중가요 역사를 집대성한 가요 110년사를 담은 프로그램 '향수'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모두 휩쓴 최초 방송사로 유명하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박 회장은 가요와 함께 연결짓어 흥미 더했다.
"골프를 치다 보면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박 회장은 "생각하는 골프 노래 1호 '열두 냥 짜리 인생'에 '비 오는 날에는 공치는 날이다'라는 가사가 있다. 사실 '비올 땐 2번 아이언을 들고 다녀라'는 말도 있는데, 왜냐하면 2번은 하나님도 다루기 힘든 아이언이기 때문"이라고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골프 노래 2호는 이미자 데뷔곡이기도 한 '열아홉 순정'이라고 박 회장은 소개했다. "'보기만 하여도 울렁'이란 가사가 있는데, 골프를 치다 보기를 범해 아쉬워하는 동반자에게 들려주면 반응이 좋다"면서 "스윙이 빨라 OB가 나면 '뽕짝'하면서 치지 말고 '트로트'하면서 치라"라고 골프 라운드를 가요와 연결을 짓었다.
박 회장은 '일취월장' 등 라운드 중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사자성어도 풀어놓았다.
골프에서 말하는 '일취월장'은 긴 드라이버보다 한 번에 취하는 퍼터가 더 좋다는 의미로 사용 가능하다고 했다. '이구동성'은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리면 성공이나 진배없다는 뜻으로, '삼고초려'는 세 명의 고수를 만나면 초조하고 염려스럽다는 뜻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고무친'은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퍼터를 다 잘 치면 친구가 없다는 뜻, '오비이락'은 오비를 내면 적어도 두 명은 즐거워하면서 라운드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한다고 흥미롭게 들려줬다.
박 회장은 "골프의 경우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운동"이라고 전제하면서 상대가 무안하지 않도록 멀리건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골프를 치다 보면 상대가 생크나 OB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딱딱하게 멀리건을 선언하기보다는 가볍게 농담을 던지는 것입니다. 전 '가라 스윙은 조금 떨어져 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혹시 가라 스윙에 맞았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동반자들도 즐거워하면서 기분좋게 멀리건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멀리건'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도 덧붙였다.
"멀리건의 종류에는 4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멀리건은 격이 가장 높은 '공멀로(공인된 멀리건)'로 동반자 모두가 멀리건을 외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캐멀로'로 캐디가 주는 멀리건입니다. 세 번째는 '자멀로'로 자동 멀리건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격이 가장 낮은 멀리건은 '스멀로'로 동반자나 캐디가 멀리건을 주지도 않는데 본인 스스로 멀리건을 외치는 것입니다."
박 회장은 골프 라운드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때도 많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했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에는 유머와 농담도 있고, 사자성어도 있습니다. 기본은 즐거운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이와 라운드를 할 때 상대가 출신 대학에 대해 물으면 '골프명문드리대' 대학을 나왔다고 합니다. 출신 고등학교를 물으면 '아니면 말고'를 나왔다고 하고 중학교는 '어중이떠중'이를 졸업했다고 말합니다. 고향은 '그래도'라고 합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 있는 섬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실력파 골퍼로 통하는 박 회장은 골프를 잘 치는 방법에 대해서도 웃으면서 부연했다.
"가끔 어떤 분들은 절 보며 어떻게 골프를 그렇게 잘 치는지 묻습니다. 그럴 때 전, '아이코 오른쪽 배야 하면서 볼을 칩니다'라고 말합니다. 오른쪽 팔이 멀리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죠. 상대방과 악수를 할 때도 오른쪽 팔꿈치를 배에 붙이고 합니다. 걸어갈 때 보면 왼쪽 어깨가 더 올라가 있습니다. 물론 프로나 고수들이 들으면 실소(失笑)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 엎드려 양해를 구합니다. 적어도 필드에서는 최고의 신사이고 싶은 마음은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박 회장은 요즘 트로트와 골프 덕분에 행복하다고 했다.
"비록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힘든 상황입니다.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트로트와 골프 덕분에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노래를 들으며 좋은 골퍼들과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모두 트로트, 골프와 동급입니다."
박 회장은 골프의 매력에 대해 첨언하면서 '사계절'과 '행복'이란 키워드로 운을 뗐다.
"사람은 모름지기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야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골프는 푸른 초원에서 하는 운동으로 봄에는 봄꽃을, 여름에는 푸른 실록을,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을, 겨울에는 하얀 눈을 바라보며 계절의 진미를 만끽하는 운동입니다. 또 뛸 필요가 없어 걸을 수만 있다면 정년이 없는 스포츠라 할 수 있습니다. 인생도 봄부터 겨울이 있듯, 사계절 라운드를 즐기며 인생에 대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이것이 골프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4가지 방법에 대해 '말하기, 걷기, 놀기, 먹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이 충족되는 게 '여행'이라고 한다면 골프도 볼을 치며 즐기는 짧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애찬론을 폈다.
구력 30년인 박 회장의 골프 스코어 카드도 화려하다.
박 회장은 "개인적으로 골프에 있어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골프를 시작한 지난 30여년 동안 홀인원 1번, 샷이글 4번, 언더파 2번, 사이클 버디 2번의 기록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남300CC에서는 하루 54홀을 돈 기록도 갖고 있다는 그는 무엇보다 함께 라운드를 한 동반자들도 홀인원, 이글 등 좋은 기록이 많이 나왔다고 웃음지었다.
박 회장은 "모 병원을 운영하고 계신 원장님과의 골프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며 "골프를 시작한 이래 라운드 중에 버디를 한 볼과 스코어카드를 전부 보관하고 계셨다"고 소개했다.
"1000개의 버디에 이어 에이스 포 버디(1111개)를 기록했으며, 현재 나이가 90대임에도 스트레이트 버디(1234개)에 도전하고 계신다"면서 "오래오래 골프를 즐기시길 기원을 드리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 회장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트로트라는 장르를 얕잡아 보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KBS 프로그램 '가요무대'에서만 트로트 명맥이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주변 만류에도 평생의 꿈으로 여기던 트로트 음악방송을 개국, 우여곡절 속에서 현재까지 아이넷TV, 아이넷라이프TV, 슬로우TV 등 3개 방송사를 운영하게 됐다"고 트로트와 골프에 얽힌 인생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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