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정이 무너졌다. 또 다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3년 동안 5번째 총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넷 총리와 야이르 라피드 외교장관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연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다 동원했지만 실패했다면서 조만간 총선을 치를 것임을 예고했다.
총리실은 이스라엘 의회가 다음주 해산을 위한 표결에 나설 것이라면서 의회가 해산하고 나면 라피드 장관이 총리 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선은 10월에 치러질 전망이다.
벤야민 네타냐후 전 총리와 그의 우파 리쿠드당의 장기집권을 물리치고 1년전 출범한 이스라엘 연정은 출발부터 불안했다.
베넷과 라피드의 연정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권력 분할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늘 불안했다.
연정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었다. 우파 종교 국수주의자들과 좌익 평화주의자들이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집권했다. 이슬람계열인 아랍이스라엘 이슬람 정당도 사상처음으로 연정에 참여해 제 목소리를 냈다.
연정은 근소한 우위 속에 2년여만에 처음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도의 다양성이 끝내 화학적 융합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연정은 일부 세력이 반란표를 던지면서 핵심 법안 의회 통과에 실패했고, 연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연정 실패로 네타냐후 전 총리와 리크드당은 재집권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네타냐후는 2009~2021년 총리를 지낸 것을 비롯해 통틀어 15년 동안 이스라엘 총리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리쿠드당의 인기가 식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 의회가 구성되면 리쿠드가 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리쿠드가 연정 구성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베넷과 라피드 연정 붕괴는 각 정당 지도자들이 정치적 차이점을 극복하는 대신 이를 묻어두기로 합의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정치적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플레스너 소장은 비록 단기에 끝나기는 했지만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이번 연정에서 아랍 정당이 연정에 포함되는 등 아랍 소수계의 목소리가 정치과정에 녹아들었다는 성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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