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불법 성토했다" 의료센터 공사 중단 시킨 부산 서구청, 재판도 '패소'

뉴스1

입력 2022.06.21 06:00

수정 2022.06.21 06:00

부산 서구 남부민동 소재 A씨의 의료관광센터 공사장 부지.2021.1.20/©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서구 남부민동 소재 A씨의 의료관광센터 공사장 부지.2021.1.20/© 뉴스1 노경민 기자


의료관광센터가 들어설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지의 원래 모습.(건축주 제공)/ 뉴스1
의료관광센터가 들어설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지의 원래 모습.(건축주 제공)/ 뉴스1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백창훈 기자 = 불법 형질변경을 이유로 의료관광센터 착공 2개월 만에 공사를 중단(뉴스1 2021년 2월2일 보도)시킨 부산 서구청이 결국 건축주에 패소했다. 다만 검경의 무혐의 처분에 이은 법원의 건축주 승소 판결에도 구청이 곧바로 공사중지명령을 취소하지 않아 한동안 혼란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행정2부(문흥만 부장판사)는 의료관광센터 건축주 A씨가 부산 서구청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6월 서구청으로부터 남부민동 부지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센터 건축허가를 받고 4개월 뒤 구청에서 착공필증을 교부받아 공사를 시작했다.

해당 센터는 4층 높이에 연면적 240여평의 크기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착공 2달 만에 문제가 생겼다. 서구청이 A씨에게 돌연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청 측은 A씨가 지자체 허가 없이 땅을 2.81m 이상 성토했다며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현행법상 토지를 50cm 이상 절토나 성토하기 위해선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근거에서다.

여기에 더해 구청은 A씨가 토지를 원상 회복하지 않을 시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A씨는 갑작스러운 고발에 당혹스러웠다. 구청이 공사중지 처분을 내리기 전에 문서 형태의 사전 안내문 없이 구두로만 통보했고, A씨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토 행위와 관련해서도 의문이 남아 있었다. 지난 60여년간 건물 부지가 대나무숲으로 방치된 탓에 기초 작업으로 쓰레기, 나무 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땅이 미세하게 파인 것이므로 위반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서구청이 처분 근거 등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를 생략하고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구청은 A씨가 위반 행위를 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긴급 처분할 필요가 있었다는 구청의 주장에 대해선 중지 명령 당시에 급박한 현상 변화나 변경 우려가 존재했다는 뚜렷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 감정 결과에 따르면 땅 기초 공사를 하던 중 장비 이동이나 자재 운반을 위한 이동로 설치를 위해 토지형질 변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50cm 이상의 절토 및 성토가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이 열리기에 앞서 경찰과 검찰도 관련 사건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검경의 무혐의 처분에도 구청은 행정 처분이 유효하다며 공사중지명령을 계속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구청이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 지난 1년반 동안 공사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A씨는 5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심지어 구청은 재판이 끝났는데도 공사중지명령을 취소하지 않았다.
재판부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구 관계자는 "공사중지명령의 해제 여부에 대해선 아직 알려드릴 수 없다"며 "구청 간부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정재 서구의회 의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서구청의 무리한 행정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구는 오랜 기간의 재판에서 민간 사업자가 받은 피해와 고통을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