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세운상가 개발 등 '중구 상전벽해'를 이뤄내는 계획을 듣고 설렌다고 했습니다. 강남처럼 고층빌딩만 즐비해선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당선인(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시설관리공단에서 뉴스1과 만나 "세운상가 개발에 대한 큰 방향은 오 시장의 방향에 동의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당선인은 이번 6·1지방선거에서 접전 끝에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서양호 중구청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중구청장 선거의 여야 역대 전적은 '5대 2'(민주당 대 국민의힘)로 민주당 계열이 우세했다. 김 당선인은 특히 현역 프리미엄이 강한 중구의 선거 지형을 4년 만에 뒤집은 배경으로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꼽았다.
중구 주민은 약 12만3000명으로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적다. 김 당선인은 인구 유입 등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주택지인 다산로 고밀도 개발 사업, 주요 상업지 환경 개선 등을 꼽았다.
특히 세운상가 개발과 관련해선 "과거 오 시장이 중구에서 가장 먼저 무엇이 되면 좋겠냐고 제 의견을 묻고는 답을 듣더니 '그것도 중요하지만 세운상가를 바꾸는 일이 중구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땅에는 숲이 우거지고 건물은 최대한 쭉 올라가는 형태의 도시가 세운상가 주변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세부적인 부문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는 있다. 그것 때문에 개발을 멈춰왔는데 이제 멈추기엔 한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중구 토박이인 김 당선인은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 보좌관, 이명박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42세에 용인도시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최연소 지방공기업 사장이었다.
김 당선인은 취임 직후 우선 직전 서 구청장이 추진했던 중구청 이전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다음은 김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 격전 끝에 당선됐다. 소감은.
▶ 중구는 인구 분포 특징이 현역이 잘 조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규모라 새로운 출마자가 당선되려면 바람이 불거나 변화 욕구가 많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두 요인 다 적용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오세훈 시장과 같이 일할 중구청장을 기대하신 것 같다. 서울 전체로 봐도 진행된 일이 많지 않았다. 주민들의 성장에 대한 욕구가 표심으로 반영된 듯하다.
- 재개발·재건축이 화두다. 세운상가 개발은 세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는데.
▶ 큰 방향은 오세훈 시장의 방향에 동의한다. 오 시장은 자연친화적인 첨단도시 형태를 원한다. 그게 맞다. 강남처럼 고층빌딩만 즐비한 것은 세계에 내놓을 도시 형태가 아니다. 세부적인 의견 충돌 부분에선 접점을 찾겠다.
도시 발전을 위해 재개발·재건축은 필요하다. 중구의 경우 다산로 일대에 거주민의 70%가 살고 있다. 업무·상업 지구도 다 몰려 있다. 고도 제한 등으로 쉽지 않지만 상업지와 주거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 중구에는 시장이 많은데 남대문·동대문시장 등을 현대화하고 브랜드화하기 위해 투자하겠다.
- 오 시장과의 정책 시너지는.
▶ 오 시장과는 당의 공천을 받기 전부터 알았다. 오 시장이 제게 중구에서 가장 먼저 무엇이 해결됐으면 좋겠냐고 묻더라. 저는 남산 고도제한을 답했는데 오 시장은 '그것도 중요하지만, 세운상가 바꾸는 일이 중구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때 나온 얘기가 땅은 숲이 우거지고 건물은 최대한 올라가고 땅에서 볼 때 도시가 복잡하지 않은, 그런 도시 형태가 세운상가 주변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구상이다. 청계천 개발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이었다.
오 시장은 제가 용인도시공사 사장을 지내고 해서 도시개발을 잘 안다고 보고 중구청장을 제가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선거 유세 때 중구가 박빙이라고 하니 3~4번이나 직접 와서 지원 사격했다.
- 서울시의 '모아타운' 정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 신당동과 다산동, 약수동 일대에 오래된 집이 많아 요구가 많다. 그런데 적극적인 개발을 원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샌프란시스코처럼 전통적인 지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개발해야 한다는 분도 있고 각양각색이다.
- 교육 인프라 문제는.
▶ 학교를 신설하려 해도 정부에선 인구가 적어서 안 된다고 한다. 좋은 집단주거지부터 나와야 해결될 수 있다. 고밀도 개발을 통해 인구가 유입될 주거 환경을 만들어 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 직전 7기 구정에서 보완·개선할 점을 꼽자면.
▶ 지난 4년간 구정은 복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지는 중요하지만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여러 사업을 추진했는데 내부 갈등으로 다 묶여 있었다. 그러면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복지 정책뿐이다. 그런 문제가 반복된 것 같다.
갈등을 줄이고 합의를 끌어내겠다. 도시 발전은 구성원 전체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주민 생각과 다르게 가면 안 된다.
구청 이전 사업도 물어보니 주민들은 별로 원하지 않더라. 구청 노후화는 문제지만 리모델링해서 좀 더 쓰고, 구청 이전 사업은 재검토해야 한다. 고밀도 개발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유세 기간 주민들에게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는.
▶ 코로나19로 먹고살기 힘든데 노점·주차 단속 좀 적당히 해달라는 얘기가 많았다. 시장이 많은 편이라 이구동성이었다.
- 옥외영업 논란이 늘 있는데.
▶ 깔끔한 것도 좋지만 혼돈 속에 질서가 있지 않나. 특정 시간대에는 기준을 달리 잡을 필요가 있다.
- 각오 한마디.
▶ 인수위원회에 '하나 되는 중구 합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민주당은 없고 오직 중구민만 있을 뿐이다. 원팀으로 협치하겠다. 당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하겠다. 저항이 있겠지만 한쪽만으로는 일할 수 없다. 제가 받은 표가 중구 전체의 반쪽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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