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법원이 윤지선 세종대 교수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한 것은 "학문적 연구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전날 BJ 겸 유튜버 보겸(본명 김보겸)이 윤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윤 교수는 앞서 2019년 철학연구회 학술잡지에 게재한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에서 보겸이 유행시킨 '보이루'라는 용어가 여성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논문을 통해 '보이루'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에 '하이루'를 합성한 것이라며 "여성혐오 용어 놀이의 유행어처럼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겸은 '보이루'가 '보겸'과 '하이루'의 합성어이며 여성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항의했다.
철학연구회는 보겸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윤 교수와 협의를 거쳐 '보이루'가 '보겸'과 '하이루'의 합성어로 시작했으나 이후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전파됐다고 논문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교수는 보겸에게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보겸은 지난해 7월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김 판사는 "(수정 전 논문은)허위인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 사회적 가치 내지는 평가를 훼손시켜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며 "보겸을 여성혐오자로 인식하게 하는 경멸적인 표현에도 해당해 인격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 측은 논문 발행은 학문적 의사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며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김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학문적 연구라고 하더라도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특정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보이루'에 관한 수정 전 논문 내용이 학문의 자유로 보호되는 학문적 활동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판사는 공적인 관심 사안이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겸의 유행어가 다수 사람들에게 사용된 것은 사실이나 보겸의 인터넷 방송 인삿말이 공인된 학술지 논문에서 다뤄져야 하는 공적 관심 사항이라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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