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군의 부동항 거점인 칼리닌그라드는 육로론 러시아 본토와 단절돼 있다. 태생적으로 고립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할까. 러시아가 이곳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을 집중 배치하면서 유럽연합(EU)국들의 경계심을 키웠다. 특히 1991년 리투아니아가 소련에서 독립 후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자 외딴섬처럼 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칼리닌그라드의 고립은 더 심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8일 리투아니아가 자국을 경유하는 러시아의 화물운송을 차단했다. 칼리닌그라드행 기차 화물에 EU의 대러 금수조치를 적용한 것이다. 이로써 칼리닌그라드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소위 '패닉바잉' 현상이 이를 보여주는 단면도다. 주민들이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에 따른 공포로 사재기성 구매에 나서면서다.
다급해진 러시아는 리투아니아를 겨냥해 엄포를 놨다. "화물운송이 빨리 복원되지 않으면 우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군사적 조치를 시사하면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러시아·독일 등 주변 강국에 시달렸던 인구 280만명 소국 리투아니아의 반응은 의연하다. "EU 회원국으로서 제재 의무를 이행할 뿐"이라면서….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봐야겠다.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그의 결단이 필요하다. 칼리닌그라드 주민들의 생활고를 덜기 위해서도, 나토의 개입으로 인한 확전 등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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