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5년간 '탈(脫)원전'을 주장하던 민주당 소속의 홍익표, 이재정, 이장섭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종료를 한 달 앞두고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친문이라 불리는 이들은 원자력 에너지 생산 및 관리의 공조를 목적으로 출장을 다녀온 후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사용 후 핵연료 공청회에는 참석하지 않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게재된 국제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세 의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의 입국 격리면제가 시행 직후인 4월 2일 인천공항으로 출국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뫼즈와 파리를 방문하고 9일에 돌아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이었던 이재정 의원은 2019년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홍 의원과 함께 활동했다. 이장섭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21대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던 3선의 홍익표 의원이 여야 대표단을 꾸려 방문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금오공대 총장 출신의 김영식 의원 한 사람만 합류했다. 김 의원은 일정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의 연구시설 및 관리부지 현장 시찰까지 함께한 뒤 개인 사정으로 별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만 파리로 이동해 주프랑스대사관 환영 만찬, ANDRA 본사 방문, 한국수력원자력 유럽지사 관계자 오찬, 6·25 참전용사비 헌화 등의 일정을 더 소화했다.
이들의 출장이 주목을 받는 건 국회의원으로서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주장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2017년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당 수석대변인 시절이던 2019년에도 "전 세계적 탈원전 추세에 맞춰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방문 보고서에는 홍 의원이 라파엘 그로씨 IAEA 사무총장을 만나 "과거 산업위 부위원장을 맡아 원자력의 개발과 발전과 활용에 관심이 있다"며 "핵에너지의 지속적 이용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에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적혀있었다. 그로씨 총장은 그에게 "곧 서울을 방문하는데 꼭 국회를 찾겠다"며 추가 교류를 약속했다. 홍 의원은 빈에서 국제기구대표부 대사를 겸임 중인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대사에게 "원자력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30% 정도인 상황에서 방사성폐기물 재처리 문제, 방사성폐기장 문제는 중요한 논의 대상"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고준위폐기물장 건설 플랜이 제시되어야 한국의 원자력이 국제 규범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재정 의원은 2018년 "한국의 탈원전 속도는 부끄러운 정도다"라고 말했고 이장섭 의원은 2020년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감사원의 감사 의도가 불순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출장에는 국회 예산 6122만원이 소요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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