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민주·공화 양당이 조율해 상·하원을 통과한 총기규제강화법에 서명했다.
23일 상원 통과, 24일 하원 통과, 25일 대통령 서명 등 법안 통과와 대통령 서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십년만에 총기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이번 법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입법을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사건을 비롯해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른 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입장을 바꾸면서 입법이 가시화했다.
A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법안에 서명하면서 "시간이 핵심이다. 목숨들을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총기사건 희생자 유족들을 만난 사례를 들며 "그들의 메시지는 바로 '뭔가 해라'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대체 우리가 그런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그저 뭔가 좀 해라. 제발 좀, 그저 뭔가 해라' 그런 말들이었다. 오늘 우리는 바로 그것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이날 유럽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등 2개 정상회의를 위해 떠나기 직전 법안에 서명해 법안을 발효시켰다.
그는 "오늘 우리는 '충분한 것보다 더'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제 그 때가 왔다. 워싱턴에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어 보이는 지금, 우리는 뭔가 중대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잦아지자 총기규제론자들은 "이제 충분하다(Enough is Enough)"라고 외치며 총기규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해왔다. 바이든의 "충분한 것보다 더"라는 말은 이 구호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법안 가결에 나섰던 양당 상원의원들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법안에 담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법조항들은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고,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면서도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법안 서명식에는 대통령 부인이자 교수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했다.
새 법이 발효됨에 따라 미국에서는 18~21세 젊은이들이 총기를 구매할 때 신원조회가 강화되고, 가정폭력 전과가 있는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총기를 보유할 수 없다. 또 당국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이들로부터 총기를 압수하는 것이 더 쉽도록 하는 이른바 '레드 플래그' 법을 시행하는 주에는 지원도 이뤄진다.
법에 따라 배정되는 130억달러 예산 대부분은 그러나 코네티컷주 뉴타운, 플로리다주 파크랜드를 비롯해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정신건강 프로그램, 학교 지원 등에 투입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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