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금리 인상 추세 속에 전국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지방에서 주택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 수급 불균형과 개발호재 등이 주요 상승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투기 세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북과 강원, 제주는 길게는 2년 가까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본격화하며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올해 들어서도 매주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3주 주간아파트동향조사(20일 기준)에 따르면 전북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2%포인트(p) 상승한 107.9로 집계됐다. 상승은 전북 내 전 지역에서 나타났다. 특히 군산에서는 이 기간 상승폭이 0.33%p에 달했다.
전북 지역의 매매가 상승세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전북 최초로 조정대상지역에 오른 전주뿐 아니라 완산, 덕진, 군산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강원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5%p 오른 106.8이다. 원주와 태백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상승했고, 속초와 강릉은 0.1%p 이상 올랐다. 강원은 지난 2020년 5월부터 매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제주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0.07%p 오른 110.1을 기록했다. 제주는 2020년 말부터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상승세다.
매매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우선 공급부족이 꼽힌다. 전북과 강원의 주택수급지수(0~200)는 각각 104, 101.8이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음을 뜻한다. 두 지역 모두 주택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은 셈이다.
개발호재와 관광 등 외부 수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는 군산 새만금신항, 도로개발, 2028년 새만금 국제공항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강원은 앞서 양양고속도로, KTX 개통 등으로 수도권과 접근성이 높아진 이후 관광·휴양지로 떠오르며 해안 인근 지역의 아파트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제주는 코로나19 사태 전후 국내외 관광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 대선 제2공항 공약 등이 가격 상승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제주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많았다"며 "제2공항 후보지가 오르내리면 더욱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64만명에서 올해 5월 67만을 넘은 꾸준한 인구 유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비규제지역인 만큼 일각에서는 투기 수요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취득세 중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공시지가 '1억 미만(규제지역)'과 '3억 미만(비규제지역)' 주택 갭투자로 유입됐을 가능성이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양도세 중과도 면제다.
실제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북 지역 아파트매입거래 1만6496건 중 3097건(19%)은 매입자 거주지가 전북 외부인 것으로 집계됐다. 매입자 거주지가 서울인 거래 건수는 488건(3%)이다. 강원 지역도 같은 기간 아파트매입거래 1만547건 중 3092건(29%)이 외부 거주지를 둔 매입자의 거래로 해당했다. 이중 서울은 957건(9%)에 달했다.
다만 최근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를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지역은 연간 가격이 50% 이상 급등한 세종 등에 비해 상승폭이 낮았던 지역"이라며 "최근 흐름은 강보합 수준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상승일 뿐 뚜렷한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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