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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보기술(IT) 업체 고위 임원이 인터뷰 도중 내놓은 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언급한 바와 같이 '정치인-관료-특정이익집단'이 형성한 철의 삼각형 안에 갇힌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숨이 막힌다는 토로다.
이와 관련, 윤석열 정부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자율규제를 천명했지만 업계는 회의적이다. 역대 정권들이 내세웠던 '규제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붉은 깃발'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신발 속 돌멩이'가 등장했을 뿐이라는 빈정거림도 들린다.
하지만 국회의원 300명 총합인 입법부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재정비, 규제영향 분석을 철저히 하면 자율규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우선 국회의원 KPI로 여겨지는 법안발의 숫자나 여론몰이 등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를 멈춰야 한다. 입법과잉은 법적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특정이익집단 '표심'을 의식한 여론몰이는 관련업계 갈등만 키우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전반기(2020년 5월 30일부터 2022년 5월 29일까지) 의원발의 법률안은 1만4831건에 달한다. 20대 국회 4년 동안 2만3047개 의원발의 법률안이 제출된 것에 비춰봤을 때 압도적 수치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 따르면 주요 ICT법안(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전자상거래법)은 지난 17~20대 국회 기간에 평균 80%씩 늘었다.
동시에 부실입법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입법과잉과 여론몰이 결정체로 꼽히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세계 최초 통과'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얻은 반면 관련 소비자 편익은 떨어뜨렸다.
국회발(發)로 이뤄진 입법과잉과 여론몰이 이면에는 규제영향 분석을 피하려는 '행정부 꼼수'가 자리한다. 현재는 정부안과 행정입법에 대해서만 규제영향 분석이 의무로 이뤄진다. 이로 인해 정부 법안을 국회의원에게 청탁해 우회적으로 발의하는 '청부입법'이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부처 간 규제 주도권 확보 경쟁이 청부입법과 맞물려 '블랙코미디'를 연출한 게 대표적 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네이버 최수연 대표, 카카오 남궁훈 대표, 쿠팡 박대준 대표,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가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고 디지털 플랫폼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희망적이다. 이와 함께 규제 및 입법영향 분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면 자율규제 실효성도 더욱 높일 수 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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