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무역수지도 1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적으론 1994년 8월 이후 27년9개월 만에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고 한다. 원유·가스·석탄 등 원자재 수입 증가가 주요 원인이지만, 수치상 반도체도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중국 매체는 이런 한국 언론보도를 인용, "중국 반도체가 한국을 따라잡는다"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한국 입장에선 머쓱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배경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중국 매체의 주장처럼 자국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거나 저가형 반도체 대량공급만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엔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삼성전자(16.3%)는 올해 1·4분기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대만의 TSMC(53.6%) 뒤를 이어 여전히 2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은 5월에 117억1700만달러어치 반도체를 수출했다. 증가율은 14.2%다. 중국으로 보낸 반도체는 14.8% 늘었다.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1%에 달한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상하이, 창장 삼각주 등 중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제로코로나 봉쇄에 주목했다. 반도체를 대량으로 쓰는 자동차·휴대폰·컴퓨터·정보기술(IT) 등의 생산공장이 멈추면서 반도체 재고도 쌓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생산지 측면에서 중국산이 되는데, 이들 기업이 재고를 소화시키기 위해 자사 반도체를 한국으로 역수입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반도체를 수출하면 상당한 수준의 관세가 붙는다는 점도 작용했다. 관세청의 5월 용도별 수출입 현황에서도 비슷한 항목이 눈에 띈다. 전체 반도체 수입액 가운데 78.4%(48억3700만달러)가 수출용으로 들어왔다. 작년에 견줘 32.2% 늘었다.
다만 중국 반도체의 약진은 부정할 수 없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서 SMIC(5위)를 포함한 중국 업체 3곳의 합계 점유율은 10.2%를 기록했다. 중국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0% 초과는 처음이다. 세계 10대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리스트에도 중국 업체가 미국의 대중 기술·무역 제재 이후 최초로 재진입했다.
정부와 기관들이 대중국 무역적자에 부랴부랴 대책회의까지 연 것은 지나친 반도체 수출의존도를 인식하고 있어서다. 반도체에 비상이 걸리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결국 또 화들짝 놀라지 않으려면 공급망 확대처럼 수출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역량 향상은 물론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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