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준칙 다음달부터 시행
빚투 조장·도덕적 해이 등 논란
7월부터 개인회생 단계에서 코인·주식투자 손실금은 법원이 청산 가치에 반영치 않기로 결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투자로 잃은 돈까지 재산으로 보는 것은 변제금 산정 원칙에 맞지 않아 실무를 개선한다는 취지인데, 코인·투자 손실금까지 변제해주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빚투 조장·도덕적 해이 등 논란
■"코인·주식 손해금은 청산가치 산정 제외"
28일 서울회생법원은 주식·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본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신청을 할 때 변제금의 총액에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를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실무 준칙을 제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개인회생 제도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빚을 갚기 어려울 때 채무자의 빚을 줄여주는 제도다. 꾸준한 수입이 예상되는 채무자가 3년 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탕감해준다. 채무자가 3년 간 갚아야 할 '변제금'은 채무자의 현재 자산인 '청산가치'와 월 소득을 고려해 산정된다. 법원이 실무 준칙을 개정한 배경에는 개인회생 신청자들중 코인과 주식투자로 손해본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추정 때문이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5개월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3만45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2947건) 대비 4.8% 늘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채무자가 주식·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 것처럼 속여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은닉재산을 고려하는 내용의 실무 준칙도 함께 제정했다. 법원은 7월 1일자로 법원에서 지속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이 준칙을 적용키로 했다.
■"2030 고통 경감" vs "'빚투'에 프리패스"
이번 실무준칙 개정을 두고 도덕적 해이 논란도 커지고 있다. '빚투'로 인한 손해에 대해 법원이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금융권은 신용대출 심사가 앞으로 엄격해져 자산이 많치 않은 고객들에게는 보수적으로 대출을 해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상자산 등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젊은층의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인과 주식투자를 변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프리패스'를 준다면 은행도 대출 시 직업, 재산 등을 더 자세히 볼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오히려 취약계층이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려움에 처한 20~30세대에게 개인회생의 문턱이 낮아진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 "빚을 내 투자를 한 손실 부분에 대해 면책과 감면을 제공하는 이번 제도를 악용해 빚투가 조장되는 부작용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그간 코인·주식 투자손실금은 사행성이라는 시각이 있어 이를 청산가치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똑같은 가격의 아파트가 폭락했다고 했을 때 폭락한 금액은 재산으로 보지 않는데, 왜 코인·주식과 관련해서만 이를 청산가치로 보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제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행성 투자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긴 하다"면서도 "'재기할 기회를 준다는 회생제도 취지를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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