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경찰, 독극물 중독에 무게를 두고 수사 진행 中
AP통신과 더시티즌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25일 남아공 동남부 이스턴케이프주에 있는 항구도시 이스트런던의 한 술집에서 10대 청소년 21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이들은 13∼17세 소년 12명, 소녀 9명으로 알려졌다. 19명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2명은 현지 병원에 이송된 뒤 또는 이송 과정에서 사망했다.
이들은 학교 시험이 끝난 것을 기념해 지역 술집에서 파티를 벌이던 도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키 셀레 남아공 경찰청장은 AP통신 등에 "(사망자들은) 말 그대로 춤을 추다가 쓰러졌고, 사망했다"며 "몇몇은 어지러움을 느껴 소파에서 자다가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류 판촉으로 해당 술집에 고용돼 있던 시노부유 모니아네(19)는 현지매체에 "스프레이를 공중에 살포한 냄새 같은 게 강하게 났다"며 "누군가 '질식하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쳤는데 가득 찬 사람들 때문에 도무지 문까지 헤쳐나갈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도 어느 순간 쓰러졌으나 누군가 찬물을 퍼부어 깨어났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깨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수사 초기 좁은 술집에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이들이 압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사망한 시신에선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이 가스 노출 등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 남아공 경찰 관계자는 현지 언론 데일리매버릭에 "이들이 마신 술이나 파티 과정에서 피운 후카(물담배) 등으로 인해 독성 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포렌식 샘플을 채취해 독극물 연구소 등에 분석을 의뢰했다.
남아공은 18세 미만의 음주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미성년자인 이들이 술집에서 집단 사망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몇 주 전부터 해당 술집이 미성년자를 손님으로 받고 있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남아공 당국은 사고 발생 다음 날 이 술집의 영업을 정지했다. 이스트런던이 위치한 이스턴케이프주(州) 주류협회는 18세 이하에게는 주류판매가 위법인데도 버젓이 영업한 해당 술집 주인을 고소할 예정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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