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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에서 통보 없이 열면 속수무책”…북한 무단방류 우려에 주민들 ‘불안’

뉴스1

입력 2022.06.29 15:12

수정 2022.06.29 15:12

29일 낮 12시 경기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에서 최근 계속되는 장맛비로 강물이 불어나자 방류를 하고 있다. © 뉴스1 양희문 기자
29일 낮 12시 경기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에서 최근 계속되는 장맛비로 강물이 불어나자 방류를 하고 있다. © 뉴스1 양희문 기자


29일 낮 12시께 경기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 앞에서 관광객들이 임진강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양희문
29일 낮 12시께 경기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 앞에서 관광객들이 임진강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양희문


군남홍수조절댐 진입로 © 뉴스1 양희문 기자
군남홍수조절댐 진입로 © 뉴스1 양희문 기자

(연천=뉴스1) 양희문 기자 = “북한에서 통보 없이 열면 속수무책이야. 물이 얼마나 찼는지 불안해서 왔어.”

29일 낮 12시께 찾은 경기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 앞. 최전방에 위치한 이 댐은 초당 3504t에 달하는 물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수문에서 방류된 물로 강물은 잔뜩 불어났고, 시커먼 거센 물결은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집어삼킬 듯 무섭게 위협했다.

불어난 강물에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댐 바로 아래 사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북한 황강댐 기습 방류 우려 때문이다.
실제 2009년 9월 북한이 황강댐 물을 무단 방류하면서 낚시꾼 등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탓에 일부 주민들은 연천군 안내 방송도 못 미더웠는지 댐 주변을 서성이며 두 눈으로 직접 상황을 확인했다.

연천 송곡리에 사는 김태영씨(76)는 “댐 바로 아래 살고 있다. 안내 방송이 밤낮으로 계속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무단 방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며 “물이 얼마나 찼는지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나왔다”고 토로했다.

옆에 있던 김씨 부인 A씨(72)는 “올 봄에 왔을 때는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적었는데, 지금은 물이 많이 찼다”며 “여기서 북한까지 거리가 코앞인데, 북한이 방류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거들었다.

아흔의 몸을 이끌고 댐을 찾은 B씨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항상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정부가 북한 측에 방류할 시 알려줄 것을 요청했는데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어서 믿을 수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반면 관광객들은 수문에서 쏟아지는 물 폭포를 보고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구경꾼은 “에이 저번보다 물이 없네. 대충 보고 매운탕이나 먹으러 가자”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인천에서 온 손모씨(65)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시원한 물줄기를 보니 스트레스가 싹 다 날라가는 것 같다”고 했다.

군남댐은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5일댐(2001년)과 황강댐(2009년)을 건설한 이후 임진강 유역에서 일어나는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 건설됐다. 군남댐의 계획홍수위는 40m다.
이날 오후 2시20분 기준 군남댐 수위는 30.11m로, 초당 유입량은 3653.581t, 초당 방류랑은 3640.65t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28일 북한 측에 황강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군남댐에서 약 57㎞ 떨어진 황강댐의 저수량은 3억~4억t에 달하는 탓에 방류 시 임진강 하류에 위치한 연천과 파주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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