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터키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고 있다.
6월 28일(이하 현지시간) 3국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로부터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압박 약속을 받아낸 터키는 29일에는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판매를 사실상 약속 받았다.
치솟는 물가로 국내 불만이 높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딴죽을 걸며 이를 협상카드로 내걸어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 외교수완 보여준 에르도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정통, 이슬람식 경제철학을 기초로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서도 중앙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해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초래해 따가운 여론에 시달려왔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렛대 삼아 그의 귀국 길이 외교적 성과로 화려하게 포장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한 뒤 29일 터키에 대한 F-16 판매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설레스터 월랜더는 터키가 공군을 현대화하려는 계획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터키가 미국에 F-16 구매의사를 타진한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지의사 표명이다.
미국과 터키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F-16 구매가 난항을 겪자 에르도안은 미국이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터키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했다고 해서 보상을 해 주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국방부의 공개적인 지지 의사가 터키에 대한 F-16 판매 승인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미 의회가 걸림돌
다만 터키가 F-16을 구매할 수 있을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이 의회라는 점이 변수다.
미 의회는 에르도안이 점점 독재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터키에 대해 상당히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
월랜더 차관보도 의회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터키에 F-16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을지 여부는 "계약절차가 제대로 작동될 때" 가능하다고 말해 의회가 거부하면 수포가 된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러나 월랜더는 "미국은 터키의 전투기 편대 현대화를 지지한다"면서 "이는 나토 안보, 따라서 미국의 안보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앞서 터키에 대한 F-16 판매에 대한 확실한 거부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프랭크 팰런(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을 비롯한 의원 50여명이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터키의 F-16 구매 요청을 거부하라는 공동명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터키가 미국, 나토와 맺은 약속을 무시했고, 에르도안 정부가 '광범위한 인권 남용'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 꿩 대신 닭, F-16
미국은 에르도안이 러시아제 S-400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입하자 F-35 전투기 판매 대상국에서 터키를 제외했고, 터키 국방산업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F-35 구매가 불가능해지자 다급해진 터키는 F-16 개량형 40대 구매와 기존 터키 F-16 전투기 약 80대를 개량할 수 있는 현대화키트 구매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착상태에 있었다.
한편 터키의 F-16 구매 가능성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나토정상회의에서 외교를 강화하면서 일찍부터 예상돼왔다.
바이든은 터키·핀란드·스웨덴 3국 정상회담 전 에르도안과 전화 통화를 했다. 바이든이 에르도안에게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면 F-16 전투기 구매가 가능토록 힘쓰겠다는 약속을 했을 개연성을 시사한다.
터키와 미국은 중동 극단주의 테러세력 발호 속에 밀월 관계를 유지했지만 미국이 시리아에서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하고, 터키는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최근 수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터키는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을 탄압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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