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미래읽기] 소멸위기의 지방, 대한민국의 미래는?

뉴스1

입력 2022.06.30 08:15

수정 2022.06.30 10:04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뉴스1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뉴스1

(서울=뉴스1) =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극심한 양극화와 지방소멸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역사에서 배운 것처럼 어떤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애써 장밋빛 미래를 그려 보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도 늘 가까이에 있다. 소멸위기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절박한 심정이 그렇다.

멧 데이먼 주연의 SF영화 ‘엘리시움’을 보면 서기 2154년을 배경으로 황폐화된 지구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난민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엘리시움이라는 이름의 우주정거장에는 선택받은 1%의 사람들만 풍족한 생활과 평화를 누리며 산다. 지구인들은 끊임없이 엘리시움으로의 이주를 꿈꾸며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비교되는 버려진 지구와 천국같이 묘사되는 엘리시움의 간극은 마치 오늘날 대한민국의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모습과 같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구조와 가치관까지 수도권 쏠림현상을 겪고 있다. 가속도가 붙은 이 현상은 결국 공멸의 시대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단기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의 이면에서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역대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을 펼쳐온 이유다. 정치권에서도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법률과 대책을 내놓았으나 여전히 균형추는 더 기울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지방이 곧 소멸할 것이라는 비관론이다.

최근 균형발전을 위한 담론은 저성장, 저출산을 전제로 한 지방소멸로 집중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주민들이 태어난 연고지를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하고 있는 현실은 수도권에는 동맥경화, 비수도권에는 영양실조와 같은 만성질환적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급격한 수도권 유입은 지방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들이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려 있다. 수도권에서의 생활이 청년층에게 마냥 희망적인 것도 아닐지라도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혁신산업에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일부도 충청권에 머물러 있다. 결국 지방에는 청년에게 주어지는 기회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기회의 불균형이 곧 지방소멸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정치권도 이러한 현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균형발전에 대한 어젠다는 숱하게 논의되어 왔지만 항상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균형발전은 그럴싸하게 포장지로 싸여 쓰였을 뿐 온데간데 없다.

균형발전 이슈를 일컬어 우리 사회의‘회색코뿔소’라 비유하는 이유다. 즉, 낙후지역을 낙오자로 만들어 버린 정치적 결과는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첫 번째 단계로 지방의 상향평준화를 목표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비수도권에 수도권 수준의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인프라 구축을 선행해야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 제한된 자원의 효과적인 이용, 사회적 갈등 비용의 감소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혁신도시 사례와 같이 단순히 하드웨어의 이전만으로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지역에 정주하는 것이 수도권으로의 이전보다 휠씬 낫다는 인식과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의 재배치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거버넌스의 구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산업화 시대처럼 정부 주도의 거버넌스로는 기업들을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 기업에게 충분한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미 필자가 작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제안한 기회발전특구(ODZ·Opportunity Development Zone)를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단계부터 받아들였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아울러 리쇼어링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지방 투자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금융혜택을 지원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유효하다. 특히 낙후된 지역의 중소도시들을 강소도시로 육성하여 균형발전 촉진을 위한 핵심 거점을 갖춰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균형발전정책을 총괄할 주무부처 신설이 필요하다.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있으나 예산 배정 등 효과적인 정책집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수립부터 의견수렴, 정책집행에 이르기까지 국토의 균형발전을 총괄하는 국가균형발전부와 대통령실에 균형발전수석을 설치하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일극주의와 국토의 불균형발전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우리 사회에 가장 위험한 뇌관이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비극적 결과로 갈 것인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반석 위에 설 것인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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